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이후 MBC에 대한 ‘섭정’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엄기영 MBC 사장이 “방문진이 MBC 보도·제작·편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 사장은 “MBC 방송의 경영˙편성 책임을 맡은 것은 경영진”이라며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지켜주는 울타리이고, 관리·감독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선을 그으며 이같이 밝혔다. 엄 사장은 19일 본부장회의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힌 뒤 해당 내용을 이례적으로 사내 게시판에 올려 전 사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방문진은 최근 MBC 단체협약 개정과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등을 요구해 경영권·편성권 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엄 사장은 “(방문진의) 합리적 지적, 정당한 비판에는 귀를 기울이겠지만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는 당당히 맞서겠다”며 “공영방송 MBC의 수장으로서 우리 모두 함께 지켜온 가치 MBC 독립성, 자율성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엄 사장은 지난 8월 31일 방문진의 MBC 경영진 자진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정도를 가겠다”고 말해 자진사퇴설을 일축했고, 방문진 새 이사진이 친여 성향 인사들로 대거 선임된 직후인 지난 8월 3일에도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엄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드라마 <선덕여왕>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등 MBC 프로그램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MBC는 지난 상반기 39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7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9월말까지 영업적자를 173억 원으로 줄였다.
엄 사장은 “적자를 220억원이나 줄였다”면서 “앞으로 몇 달만 고생하면 올해 흑자 달성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희망 섞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노사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NEW MBC Plan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엄 사장은 “NEW MBC Plan은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경영진의 자리보전을 위한 일도 아니다. MBC의 미래를 위해 경영진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나온 것이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노사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엄 사장은 또 미디어렙과 관련 적극 대응을 주문하며 “지난주 지방계열사 사장단이 ‘본사의 1사 1렙 정책을 수용하겠다. 다만 미디어렙이 만들어지더라도 지방사의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는 말을 전하면서 “지방계열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