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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안은 축소, 대부분 공방처리…“언론법 개정 효과” 비판

20일의 일정으로 시작한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아 종점으로 향하고 있지만 국감을 보도하는 방송·언론의 태도는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야당에서 제기한 민간에 대한 권력의 압박이나 정책에 대한 문제점 지적 등이 주요 언론의 보도에서 축소되거나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행정관이 이명박 대통령 대선특보 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민간단체에 대한 기금 출연을 통신3사에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난 7일,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해당 사안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한 뒤 청와대의 해명을 덧붙이는 정도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엄단을 주문했을 만큼, 민간에 대한 권력의 과도한 개입은 분명한 문제임에도 권력에 대한 감시가 속성인 언론은 정작 중계만 하고 끝낸 것이다.

신문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신문 5면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을 종합적으로 보도하면서 말미에 해당 내용을 게재하곤 여당 의원의 옹호성 발언과 청와대의 해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기사를 구성했다. <동아일보>에선 해당 내용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일자 조선·중앙일보에선 동아와 마찬가지로 아예 관련 기사가 사라졌다.

▲ 조선일보 10월8일자 5면
지난 12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 박영선·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불법증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내부 첩보 보고서를 공개하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지적했지만, KBS <뉴스9>의 경우 ‘야당 의혹 제기→여당 옹호성 발언→검찰 해명’ 순으로 공방을 중계하는데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가 검찰 내부 첩보보고서를 기반으로 효성그룹의 돈의 흐름을 추적 보도하고, 이에 대한 야당의 의혹제기와 함께 여당 의원의 검찰에 대한 해명요구 등을 함께 전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 10월12일 KBS <뉴스9>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정부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전혀 구입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감에서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이 사실을 밝혔지만 그날 KBS와 SBS 저녁뉴스에선 해당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MBC도 단신 처리했을 뿐이다. 지난 15일자 신문들 중에서도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이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그밖에도 정운찬 국무총리의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의 교육공무원법 위반 사실과 정부의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의혹 등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 등도 대부분의 주요 언론에선 외면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감보도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대단하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권력을 견제해야 할 언론이 여당에 관대한 보도패턴을 계속하고 있다”며 “몇몇 방송·언론사에 대해 청와대가 노골적·직접적으로 압력성 전화를 빈번히 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면서 정권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아침 회의에서 “국감 관련 정당별 단독 보도 실적을 취합한 결과 지상파 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에서도 한나라당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면서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며 무리수를 두고 있는 반면, 우리는 민생국감·정책국감을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우상호 대변인은 “현장을 취재한 기자라면 이번 국감을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성조 정책위의장 주장대로 여당에 대한 보도가 월등하다면 이는 그만큼 방송이 권력 눈치보기 보도를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송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도 “국감과 관련해 지상파 3사의 보도를 모니터하고 있는데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민감한 사안은 축소하거나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하더라도 공방으로 초점을 흐리는 경향이 많다”면서 국감 보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방송사에 대한 권력의 노골적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부에 부담이 되거나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는 얘기를 일체 안 하기로 약속한 것 같다”며 현 정권의 언론정책에서 문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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