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KBS 1TV <낭독의 발견>/ 20일 오후 11시 30분

“세상을 한 뼘씩 넓히고 싶다” - 뮤지션 김창완

흔들리고 불안한 이 땅의 청춘들의 갑갑한 마음에 시원한 창을 달아준 ‘산울림’ 맏형 김창완. 뮤지션, 배우, 라디오 DJ... 수많은 이름표를 달고 우리네 삶에 위로를 건네 온 그가 낭독의 발견 무대에 오른다. 연필 끝에서 흘러나오는 상상의 노래, 김창완 소설 <사일런트 머신, 길자>를 들고.

# 내가 갖고 싶은 건? 멋진 자동차가 아니죠.

내가 갖고 싶은 건, 그대의 따뜻한 사랑

첫 무대는 ‘김창완 밴드’ 노래 <내가 갖고 싶은 건>으로 활짝 열린다. 모든 이의 마음속엔 창조성이 그득하다 말하는 김창완. 노래를 통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을 아침 일정으로 두라 권하는 그. 다음 낭독에선 그의 ‘즐거운 에너지’가 그득 담긴 글을 전한다.

“말들이 많다/ 말들이 많다/ 말을 없애자/ (…)

드디어 첫 번째 기계가 완성되었다. 이씨는 그 기계를 ‘길자’라 불렀다. 길자는 이씨 아내의 이름이다.” - 김창완 소설『사일런트 머신, 길자』중

# 소설가 김창완, 이야기의 주단을 깔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세상을 한 뼘쯤 넓히고 싶다.”

글이 흘러나가는 순간의 유쾌함에 매료당하며 써내려간 그의 소설『사일런트 머신, 길자』가 익살스러운 연기와 함께 두 번째 낭독으로 전해진다. 자기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글 동산’에서 길어 올렸다는 묘사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세상이 ‘소설가 김창완’의 프리즘을 거쳐 소설 곳곳에서 춤춘다.

고 3 소년 김창완에게 어느 날 친구가 뜬금없이 “너는 소설가가 되라”라고 말했단다. 무심히 넘겼던 친구의 말. “거짓말을 해서라도 세상을 한 뼘쯤 넓히고 싶다”라 생각했던 소년은 이제 소설을 통해 연필로 삶을 위로한다. 동네에서 안타깝게 죽은 고양이를 본 후 그 죽음을 위로하려, 그리고 죽음을 가슴 아파하는 자신을 위로하려 첫 소설을 썼다고.

# 그의 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소설가 김창완’

“저의 단편 <M.C. 에셔> 속 고작가의 엎드려 글 쓰는 모습? 제 모습이에요.”

김창완은 늘 엎드려 글을 쓴다. “고작가는 늘 엎드려서 글을 쓴다/ 가슴팍에 베개를 괴고 왼손 주먹을 베개와 턱 사이에 받히고 볼펜으로 써 내려간다.” (- 김창완 소설 <M.C. 에셔> 中) 소설 속에 생생히 그의 모습이 살아있다고 말하자, 웃음을 터트리는 그. 늘 엎드려 글을 쓰느라 허리가 상했다며,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신만의 책상’을 제작했다며 유쾌하게 말하는 그! 특별 제작된 책상의 이름은 ‘누으리’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즐거운 웃음이 터진다. 이어지는 낭독으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 책이라 고백한 페터 빅셀의『책상은 책상이다』를 들려준다.

# 불의의 사고로 잃은 ‘산울림’의 막내.

“제 휴대폰에는 ‘하늘나라’라는 그룹이 있어요. 아버지와 막내의 번호가 있는”

네 번째 무대로 김창완 밴드의 <길>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전부 한 표정이다. ‘산울림’을 떠올리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산울림의 막내를 떠나보낸 그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든다. “저에겐 ‘하늘나라’라는 그룹이 있어요. 아버지와 막내의 전화번호가 보관되어 있죠.” 행복한 날은 마냥 먼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 지금! 이 순간만큼 완전한 순간은 없다며 “순간에 생이 완성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그의 가슴에 오롯이 담겨있는 사랑 詩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을 읽어준다.

늘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나를 꿈꾼다는 김창완. “하루에 밤낮이 있는 것은, 다음날 새로운 생각의 옷을 갈아입으라고 있는 것”이라 말하며 변화의 파장을 단박에 알아채기 위해선 촘촘한 일상이 중요하다 귀띔한다.

“세상을 향해 가끔 ‘엿 먹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다 멈추고 무조건 ‘하라’고. 멋있는 걸 만들 생각은 버려. 너만의 너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 『위대한 걸작』中

마무리 무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뮤지션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낭독.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세상이 풍부해지는지를 힘주어 말하며, 세상 모든 힘들어 하는 이들을 향해『위대한 걸작』에 담겨있는 예술가들의 편지를 낭독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