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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아이들 재능이나 공부, 그거 솔직히 90% 집에서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학교가 그런 거 다 책임 못 집니다.” - 교육청 모 간부의 말
“요즘 선생님들 임용시험 3차까지 엄청난 관문 뚫고 교사 되는데, 그렇게 우수한 선생님들이 막상 교육 현장에서 제 실력 발휘 못합니다. 해야 할 잔무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이 아이들 돌보는 수준인데 그럴 거면 차라리 보육교사 한 명 더 뽑는 게 낫습니다.” - 고참 교사의 말 
“시험만 생각하면 학교보다 학원이 더 중요하죠.” - 학생의 말

대한민국 학교가 중병을 진단 받은 지 오래이다. 환자로 치면 말기 암 환자로 약물 치료에 의지해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담당의가 바뀌고 새 처방이 나오지만 환자는 치료보다 실험대상에 가깝고,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이리 휘둘리고 저리 내몰리는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를 보면 왜 우리는 이런 현실에 공분하지 못하는 걸까 안타까울 뿐이다. 함께 고통스럽고 같이 아프면 분명히 상황을 개선할 해법을 찾아야 할 텐데, 대한민국 절대 다수의 어른들은 오로지 내 자식의 성적과 입시 결과에만 목을 매고 지금 이 순간이 한시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교육에 대한 철저한 불신과 ‘나만 아니면 뭘 해도 상관없다’는 냉소가 우리의 의식 깊숙이 자리 잡았고, ‘무슨 수를 써 봐도 이 나라 교육은 어쩔 수 없어’라는 패배주의가 뿌리박힌 탓이다. 과연 이러고도 학교라는 근대 교육체제를 그대로 고집하는 게 옳은 태도일까. 그저 대안이 없어서 과거의 유물을 붙잡고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트는 모습이 애처로울 따름이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세상없이 즐겁고 더 없이 진취적이어야 할 그 때에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끓는 혈기를 그저 찍어 누르는 데만 하염없이 공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 불쌍한 아이들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부모 세대가 공감한다면 정말 이런 무책임함은 있을 수가 없다.

진짜 교육,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짜 유산이 무엇인지 부모 세대들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내 아이 내 자식의 학벌이나 출세가 여러분이 이 나라 학교와 교육에 바라는 전부라면 고민은 필요 없다. 하지만 정말 한 번이라도 자식들의 축 처진 어깨를 쳐다보면서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한 부모라면 다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 자녀가 초,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자신들이 대학 다닐 때 보고 듣고 체득한 신념과 가치체계를 새롭게 끄집어내 다듬어 보길 바란다.

대체로 386세대라 할 수 있는 이들 부모 세대들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나라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세대들이 저마다 사회로 진출하면서 개인화, 파편화 돼 소리 없이 흩어져 갔지만 자식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 다시 한 번 집단의 힘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교육 혁명’ 수준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선책이라도 나쁘지 않다.

▲ 이동유 대구 CBS PD

무엇보다 집단의 힘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작동원리인 선거를 통해서 발휘되는 만큼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투표에서 고를 수 있는 대안이 있느냐고 되물을 텐데, 몰라서 그렇지 학교는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해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미래를 고민하고 이후를 위해 준비하는 이들이 보석처럼 존재한다. 이 보석들을 어떻게 가공해 만인들 앞에 내놓느냐가 지금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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