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 살해되는 나라보다 낮은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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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 20일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175개국 가운데 69위를 기록했다. 2005년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를 한 이래로 2006년 21위, 2007년 39위, 2008년 47위에서 올해 69위로 현 정권 들어 급속하게 추락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세계 언론자유 지수 발표는 범죄 조직을 비판하는 컬럼니스트에게 저격 테러가 일어난 불가리아(68위), 정부를 비판하면 무단 체포와 살해위협을 받았던 토고(62위), 정쟁과정 속에 숱한 언론인이 살해되었던 아이티(57위)보다 언론자유 지수가 낮게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 추락의 근거로 MBC <PD수첩> 제작진과 미네르바 기소, YTN 해직사태를 들었다. 언론인이 살해되고 협박받는 나라들보다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더 낮게 나온 것은 국가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구조적 성격 때문에 언론인에게 훨씬 더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언론 자유의 가치를 인식하는 정부라면 언론 통제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존중하고 후속조치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국경 없는 기자회에 강력한 항의를 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되면 69위도 힘들 수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언론자유를 침해하려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적어도 언론독재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언론탄압의 상징이 된 해직과 기소 문제를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가장 중요한 해법이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언론 해야 할 일은 국경 없는 기자회에 순위 추락을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려하고 있는 구조적 언론탄압에 대한 반성과 대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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