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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contsmark0|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contsmark1|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contsmark2|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contsmark3|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contsmark4|그래 아미 난 세상을 모르나 봐
|contsmark5|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 봐
|contsmark6|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contsmark7|그것만이 내 세상
|contsmark8|하지만 후횐 없어 찾아 헤맨 모든 꿈
|contsmark9|그것만이 내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
|contsmark10|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contsmark11|나 또한 너에게 얘기하지
|contsmark12|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contsmark13|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contsmark14|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 봐
|contsmark15|혼자 그렇게 그 길에 남았나 봐
|contsmark16|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contsmark17|그것만이 내 세상
|contsmark18|하지만 후횐 없어 가꿔 왔던 모든 꿈
|contsmark19|그것만이 내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
|contsmark20|-최성원 작사 작곡 “그것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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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형 어디 가. 그런 제목이 있었지. 아마 주말 오락프로였을 거야. 살면서 그렇게 부르고 싶은 형들이 있지. 뒤도 안 돌아보고 자유롭게 어디론가 형들은 가 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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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그런 형들 중의 하나. 전인권을 만났어. 한 마디로 행운이었지. 형의 나이가 궁금했어. 우리 나이로 마흔 여덟이더군. 옴 진리교의 교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맑고 깨끗했어. 좀 말라 보인다고 했더니 나 얼굴 원래 작아요 하면서 자기 얼굴을 만지는 거야. 진짜 웃기더라. 어린애 같더라니까.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강원도에서 막 오는 길이래. 요즘 거기 무슨 카지노 생겼잖아. 룰렛을 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래. 좀 땄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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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사는 게 재밌냐고 물었지. 전쟁놀이하는 기분이래. 산전수전 수중전 공중전 다 겪고 이젠 우주전만 남았대는 거야. 어눌한 척 하면서 할 말은 다 하더라. 관조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다고 슬쩍 꼬았더니 자긴 관조란 말 좋아한다고 그냥 받아넘기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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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들국화란 이름에 대해 물었지. 무슨 의미심장한 히스토리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근데 이건 진짜 코미디 같은 스토리더라구. 야 네 명이 연주하니까 무슨 이름이 있어야 하잖아 누가 그랬대. 각자 한 마디씩 했겠지. 그때 허성욱이 껌을 씹고 있었는데 그 껌 이름이 들국화였대는 거야. 그래서 야 들국화는 어때 하니까 그냥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거야. 한국 록의 전설은 껌에서 시작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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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노래는 진지하다 못해 가슴을 후벼파면서도 한쪽으로 그들은 세상의 어설픈 규격에 대해 조롱하고 싶었던 거 아니겠어? 전인권 하면 악 쓰는 게 트레이드 마크잖아.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샤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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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근데 들국화로 피기 전에 “따로 또 같이”라는 이름으로 노래한 적이 있었어. 이런 노래 기억나? ‘한여름날 그늘 밑에 번듯 누워 하늘을 보면 내 님 얼굴 잠자리처럼 맴도네 맴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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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제목이 맴도는 얼굴이라고 아주 청승맞게 들리는 노랜데 뜻밖에도 그게 형의 목소리거든. 그 노래 제목이 나중에 “헛사랑”으로 바뀌었는데 알고 보니 바뀐 게 아니라 본래의 제 이름을 찾은 거였더군. 원래 “헛사랑”으로 심의를 넣었더니 세상에 헛사랑이 어딨냐고 막 따지더라는 거야. 어쩔 거야. 에이 더럽다 하면서 판을 구겨버리거나 아니면 껌씹은 얼굴로 받아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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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불후의 명곡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당했던 시비와 같은 줄에 있는 얘기지. 그런 시절이었던 거야. 그 시대의 이름을 농담기로 부르면 어떨까. 안 그러냐고. 농담처럼 들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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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라디오 사람들도 이해 못하긴 마찬가지였다는군. 처음 들국화 라이브를 방송국에 갖다 줬더니 도대체 틀어 주질 않더래. 이유를 알아봤더니 뭐랬는 줄 알아? 창법 미숙이라 방송 부적격이었다는 거야. 웃어야 돼 아님 울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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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4|그 말을 듣고 형은 집에 가서 다시 자기 음반의 노래들을 곰곰 들어봤대. 그 표정 연상해 봐. 일단은 머리가 끄덕여지더래. 역시 미숙이다. 나는 미숙하다. 근데 점점 부아가 치밀더래. 그래서 원래 에프 키로 부르던 걸 하나 더 올려서 지 키로 부르기로 결심했다는 거야. 알겠지. 들국화는 그냥 맨땅에 핀 게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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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터놓고 형의 창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 씩 웃더니 “무식하죠” 하더군. 그리고 조금 있다가 한 마디 추가하더라. “무식하지만 어떤 질서는 있죠”. 형이 노래할 때 아니 세상을 향해 거품을 쏟아낼 때 객석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나 떠올려 봐. 연주자보다 관객이 더 흥분하지. 의자를 집어던지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잖아. 머리를 흔드는 건 기본이고 막 발로 차고 거의 광분하잖아. 광분이라는 말은 형도 애용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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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0|형의 노래도 사는 법까지도 좋아 보이는 걸로 난 내가 아직 젊다는 걸 확인했지. 주민등록번호가 무슨 상관이야. 형의 반골 저항을 미숙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근데 솔직히 누가 미숙한 거야. 형이 세상의 부드러운 질서와 타협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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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3|아 싱싱한 들국화정신으로 샤워하고 싶더라. 감히 드러내진 못하고 속으로만 조아렸지.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 봐. 혼자 그렇게 그 길에 남았나 봐. 형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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