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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세상읽기]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지난 주에 〈PD저널〉의 주간이었던 한학수 PD를 만날 일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그는 이미 나라 구한 적이 있는 구국의 영웅이다. 지난 정권이 핍박한 대표적인 인물이고, 여전히 자기 자리를 못 잡고 떠돌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 황우석 박사를 지키자는 여론이 한참 팽배할 때, 미디어다음의 기준으로 98:2라는 기록적인 스코어가 나온 적이 있다. 그와 나는 2%에 속한 사람들이었고, 나에게도 죽인다는 협박이 보통 아니었는데, 그는 아마 훨씬 어려운 시간들을 겪었을 것이다.

한학수가 도와달라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도와주겠다는 게, 아마 그 때 2%에 속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거의 비슷한 심경일 것이고, 그게 지금 내가 〈PD저널〉에 매주 칼럼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어쨌든 황우석 사건은 아주 조용해지고, 막 그에 대한 재판 판결이 나온 그 즈음에 조용하게 한학수 PD를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PD저널〉에 쓰는 글은 많은 경우 KBS의 황대준 PD와 MBC의 이상호 기자를 상상하며 쓰는 글이다.

황대준 PD는 에너지관리공단 시절, 환경스페셜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상호 기자는, 고등학교 친구이다. 이 두 사람을 늘 만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이 칼럼을 쓰는 중이다. 여기에 한학수 PD가 독자로서 한 명 더 얹혔다. 할 일 없이 서울을 기웃거리면서 사는 아주 시간 많은 시간강사가 아주 바쁘게 살아가는 PD 친구 혹은 동료에게, 당신이 이 정도는 알면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내가 〈PD저널〉의 칼럼에 임하는 자세이다. 자, 이번 주는 〈월간중앙〉과 〈주간한국〉이라는 두 개의 잡지이다.

지금까지 나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경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12권의 ‘경제 대장정’이라는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었고, 정말로 경제만 생각을 했다. 〈88만원 세대〉로 시작된 20대 이야기는 그 중의 1번 타자이고, 20대와 경제적 삶이다. 이 시리즈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내 손을 떠나가고, 실제로 취재와 연구는 이제 거의 다 끝난 상황이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게, 한국 경제는 이르면 내년 5월, 늦으면 내년 10월, 비극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그게 명확하므로 더 이상 추가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의 다음 주제는 ‘사회과학 르네상스’이고, 그 다음 주제가 ‘잡지 살리기’이다.

보통 내 손에서 책 원고가 나갈 때 2~3년 정도 연구가 끝난 다음이니까, 잡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 한참 해야 내년 연말 혹은 후년에 잡지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도 〈월간중앙〉과 〈주간한국〉이 집에 배달되어 왔다. 이 두 권을 비교하게 된 것은, 그냥 우연이다.

▲ ⓒ월간중앙 11월호
자, 두 권을 딱 놓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자. 첫 인상은, 돈 주고 살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만든 분들에게는 미안하다. 좌파, 우파, 그런 문제는 아니다. 돈 주고 사야할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인데, 그게 사실 아닌가? 잡지를 읽을 때, 나는 첫 인상으로 커버스토리는 피한다. 물론 잡지가 목숨을 걸고 만든 것일 테지만, 나는 원래 편집국장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장에게 잘 보인 사람 아니면 출세지향적인 인간일 것이 대부분 분명하고, 좌파 잡지에서는 좌파성향, 우파 잡지에서는 우파 성향, 이게 뻔하니까, 그가 주도한 기사를 읽어봐야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는 좀 어렵다.

그래도 두 개만 놓고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월간중앙〉쪽이 손이 간다. 〈월간조선〉,〈신동아〉, 이런 것들과 경쟁하는 월간지인데, 그런 할아버지 느낌 잔뜩 나는 잡지들과 비교하면 훨씬 잡지처럼 생겼다. 〈주간한국〉의 껍데기는 일단 e-book이라는 커버스토리의 흰색 톤 때문에 더 깔끔하고 예뻐 보이지만, 그 부작용으로 무가지 느낌이 든다. 마치 등록금 천만원을 넘는 대학교 강의실 현관에 그냥 가져가라고 있는 대학생들이 만들었을 바로 그 무가지 느낌을 준다. 3500원을 지불하고 이 무가지 느낌의 잡지를 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개의 잡지 다 정성은 들어간 듯 해 보이지만, 한 달에 10개 정도의 잡지를 돈 주고 사는 내가 돈을 지불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가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자, 2010년, 한국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예쁘거나 확 깨는 ‘짤방’이 여전히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이런 표지로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월간중앙〉은 검은색 톤, 〈주간한국〉은 흰색톤이 되었다. 검은색, 흰색, 일단 이 느낌은 아니다.

참고로 거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간지는 〈시사인〉과 〈한겨레21〉이 1, 2위를 놓고 다툰다. 두 개 다 이런 모노톤한 느낌의 칼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첫 인상에서, 두 개 다 자본주의적인 건 아니다. 그래도 첫 느낌에서는 일단 〈월간중앙〉 승이다. “MB 지지율 청와대 참모들이 까먹나”라는 커버의 기사가 잠깐이나마 눈길을 끈다. 그래도 지갑을 열게 하기에는 여전히 약하다. (자, 본문은 다음 주에 열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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