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라디오연설, 이병순은 결자해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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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PD들 “가을개편까지 포맷 바꾸겠다는 합의 어겨”

KBS라디오가 가을 개편 이후 처음으로 내보낸 이명박 대통령 주례 연설은 이전과 다름없이 ‘일방통행’이었다. KBS 노사는 지난 4월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현행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했고, 몇 차례 진통 끝에 올 가을개편까지 주례연설의 포맷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개편 이후 방송된 대통령 주례 연설은 기존 방식과 달라진 점이 없었고, KBS 노조 기자·PD 조합원들은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대통령 주례 방송을 내보내겠다던 사측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반발했다.

▲ KBS 라디오 PD들이 지난 7월 13일 오전 이병순 사장 등 경영진이 출근하는 본관 지하 1층에서 일방적인 대통령 라디오연설의 방식을 변경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지키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이들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은)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헌재의 무책임한 미디어법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주입하기에 급급했고, KBS는 그런 목소리를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자·PD 조합원들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라디오 PD를 중심으로 한 KBS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해왔고, 사측도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포맷 변경을 약속한 것 아니냐”며 “결국 권력 앞에서는 조합원과의 공식적 약속도, 국민의 눈과 귀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적 배짱이자 자리보전을 위한 저급한 몸부림”이라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들은 “문제 해결의 의지도 능력도 없는 라디오 간부들 대신, 애초 주례방송을 허락한 이병순 사장이 직접 나서라”며 “이 사장의 취임 첫 작품이기도 한 대통령 주례방송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하고,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PD조합원들은 마지막으로 “언론인의 사명을 저버리고, 해바라기처럼 권력만을 향한 그대들의 오늘 모습은 반드시 권력의 추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임을 명심하라”며 “이병순 사장과 사측은 공방위 약속을 즉각 이행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자리를 걸고 주례 연설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KBS 라디오 PD 등 조합원 40여명은 2일 오후 12시부터 본관 민주광장에서 대통령 주례연설 포맷 변경 또는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이병순 사장은 결자해지하라!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대통령 주례 방송을 내보내겠다던 사측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개편이후 처음으로 방송된 오늘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 년 전 첫 방송과 다름없이 일방적인 연설로 일관했다.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무책임한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일방주입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를 공영방송 KBS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라디오 프로듀서를 중심으로한 KBS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해 왔고, 이에 대해 사측도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공방위를 통해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던 것 아닌가?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란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역시 부족한 점이 많으나, 노사 양측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가을개편으로 데드라인까지 정해놓고 노사합의한 대통령 주례방송의 포맷 변경을 깡그리 무시하고 말았다. 이는 권력 앞에서는 조합원과의 공식적인 약속도 국민의 눈과 귀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격 배짱이자 자리보전을 위한 저급한 몸부림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고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는 라디오 간부들에게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말고, 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 애당초 논란의 여지가 불 보듯 했던 대통령 주례방송을 허락한 것도 당신이며, 가을개편까지 약속한 포맷 변경 이행의 최종 책임도 사장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뒤로 숨지 마라! 당신의 KBS 취임 첫 작품이기도 한 대통령 주례방송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하고,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해야 할 언론인의 사명을 저버리고, 해바라기처럼 권력만을 향한 그대들의 오늘 모습은 반드시 권력의 추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임을 명심하라! 만시지탄이나 이병순 사장과 라디오 간부를 위시한 사측은 공방위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공방위의 노사합의 이행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당신들의 자리를 걸고 주례 연설을 폐지하라! 그것만이 당신들이 자비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기억하라.

2009년 11월 2일
KBS TV-R 프로듀서, 보도국 기자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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