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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 그후... 박재승·천정배·최상재에게 물었다

▲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박재승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인측 변호인, 천정배 민주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헌재 결정 그후 한국 미디어의 길'을 주제로 긴급좌담이 열렸다. ⓒ 권우성
좌담 참가자 : 박재승 변호사, 천정배 민주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사회자 : 장윤선 기자 / 정리 : 권박효원 기자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을 누구보다 뼈 아프게 지켜봤을 박재승 변호사(민주당 측 변호인), 천정배 민주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진단과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반쪽짜리 결정이지만 헌재가 한나라당이 저지른 권한침해를 인정하고 국회에 시정을 요구했으니,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안을 원천무효하거나 적어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리투표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미디어법을 강행한 한나라당이 고분고분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비책은 뭘까?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인들이 몸을 던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주 수요일(4일)부터 거리로 뛰어들어 시민들에게 미디어법 문제를 알릴 계획이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약한 모습 보여선 안 된다", "명운을 걸라"고 민주당 등 야당들에게 강한 투쟁을 주문했다.

박 변호사 역시 "모든 의원이 사퇴하거나 해서 막아야 한다"면서 "사퇴한다고 국회의원 못하나? 더 오래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 개정 등 이후 주요한 법안마다 다수당의 횡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던 천정배 의원도 공감의 뜻을 밝혔다. "지금도 정세균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서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사퇴서를 내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을 보이기도 했다.

이 법안에 직을 걸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국회 복귀 여부에 대해 "정말 돌아가고 싶다"면서 "싸움이 성과 있을 때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차마 헌재에 가지 못했던 까닭은

"심장마비 걸릴 것 같아서 헌재에 못 갔다"고 했던 박재승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 도중 여러 차례 "내 말 좀 더 들어봐라"면서 헌재법 조항을 조목조목 들어 이번 결정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헌재법은 '권한침해 청구의 취지를 인정하면 그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효확인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헌재의 의무라는 주장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개정 방송법에 대해 "거대 재벌과 거대 족벌신문들이 방송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방송에서) 사라지면 70~80년대처럼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사람은 2일 오후 3시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생중계 좌담을 열었다. 이날 사회는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가 맡았다. 다음은 간추린 좌담 내용이다.

- 우선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부터 들어보자. '불법적 유효'라는 게 있을 수 있는가?

박재승 변호사(이하 박) : "선고일에 (헌법재판소에) 안 나간 것은 속상한 일을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심장마비 걸리면 어떻게 하나. 결과를 뉴스 통해서 봤는데 역시 똑같구나….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 의사가 국민 의사에 접근하도록 담보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리투표에 국민 의사가 반영됐나. 그럴 거면 뭐하러 국회의원 수백명 뽑나. 한 사람 뽑고 위임받아서 결정하라고 하지. 아이들도 이게 국회냐고 한숨을 쉰다. 그런데 헌재는 '위헌위법인데 무효는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 자율권'을 생각해서 그런다고. 국회법을 위반해서 헌재에 갔는데 국회 자율에 맡긴다? 절도는 인정하지만 반환은 가져간 사람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하 천) : "저도 그날 현장에 좀 늦었다. 제대로 들어가서 볼 배짱이 없어서, 차 안에서 선고를 들었다.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얼마나 분노했는지 심장이 멎고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나흘이 지났지만 분이 삭지 않는다. 헌재라는 제도를 둔 이유는 헌법이 무너지는 것을 복원하기 위한 것인데,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헌법 보장 시스템의 위기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하 최) : "며칠 전부터 취재기자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들었는데 대부분 예측이 '(절차가 위헌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전적으로 수용되지만 결과는 반대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위헌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뒤집는 논리가 가능하느냐고 했다. 결과적으로 (기자들) 전망이 맞는 불행한 경우가 됐다. 다음날 하도 답답한 마음에 1인시위 안하면 분사할 것 같아서. 피켓 준비해달라고 했다.

형식적으로 재논의 거쳐달라는 게 재판관 속셈이었던 것 같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 부분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만 재논의 않는다'는 것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얘기도 모순이다. 승복하면 적어도 재논의가 필요하다."

- 권한쟁의를 청구할 때 '심의표결권 침해'만 묻고 '법안 통과 유무효 결정'은 해달라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헌재 결정 그후 한국 미디어의 길' 긴급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천 : "헌재 결정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 주문에 나온다.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잘못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시정해야 한다. 헌재도 '국회 자율로 시정하라'고 판시하지 않었나. 시정할 책임이 한나라당과 김형오 의장에게 있다. 법을 원천무효하고, 적어도 여야간 협상해서 재논의해야 한다."

최 : "헌재가 정치적 결정하려고 작심했다. 침해 부분만 청구했다면, 거기 맞춰서 (법안을 정당화하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박 : "헌재법 66조 2항에서 전단은 '권한침해 있는 경우에 무효 또는 취소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후단에는 '그 청구가 부작위에 대한 것이고 그 취지를 인정하면 취지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조항은 헌재가 (무효확인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권한침해라도 결과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경우에는 무효가 아닐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이보다 심한 위법이 없는데 이럴 때 무효 선언을 안하면 언제 써먹냐. 후단은 위법이라면 헌재가 (무효선언을) 해줘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럴 때 무효 선언 안하면 언제 써먹나"

- 이대로 가면 미디어법의 효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

천 : "양식 있는 국민들과 함께 더 노력해야 한다. 언론악법 날치기 전날 '직권상정이 이뤄지면 총사퇴도 불사한다'고 결의했고, 의원들이 사퇴서 내서 정세균 대표가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그 사퇴서를 내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투쟁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 여론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최 : "당연히 언론인들이 주체가 돼서 몸을 던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도 강력하게 요구한다. 97년 노동법 날치기, 2005년 사학법 논란이 현재와 비슷하지만 야당의 강력한 투쟁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재논의 처리됐다. '거대여당이 (법안 통과를) 주장한다고 어떻게 하냐'는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명운을 걸고 반드시 재개정·재논의를 관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 "(이 상황을) 안 고쳐주면 야당이 설 자리가 없다. 곧 헌법 개정이 나오는데, 한나라당이 딱 이번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킬 때 누가 제동 거나. 날치기해도 무효가 아닌 게 되지 않나. 전 의원이 사퇴하거나 해서 막아야죠. 사퇴한다고 국회의원 못하나. 더 오래 한다."

- 민주당이 총사퇴 각오하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나. 천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천: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가면 국회에서 야당과 국민의 뜻대로는 아무 일도 못한다. 이명박정권 페이스대로 갈 것이다.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민주당에 부여된 사명이고 책임이다."

- 국민들의 재개정 요구도 높고, 시민불복종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 : "이 문제가 생계와 직결되지도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홍보하는데도 국민들의 이런 반대는 굉장하다. 이런 의견과 바람을 직접 묶어내고 운동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과제다. 언론 노동자들 활동이 필요하고, 시민사회단체도 성찰이 필요하다. 한숨 돌릴 여유 없이 이번 수요일부터 직접 거리에서 이 문제를 부각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다."

- 방통위는 오늘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회의를 벌이고 있다. 개정 방송법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다시 짚어야 할 것 같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헌재 결정 그후 한국 미디어의 길' 긴급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최 : "법안의 핵심은 거대 재벌과 거대 족벌신문들이 방송 뉴스에 제한 없이 진출하게 하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기간 동안 소유제한을 완화해서 여론이 편향되고 자본 이익에 매몰됐다'고 반성이 나오는데, 우리는 반대로 간다. 게다가 서구 사회가 보수-진보의 균형 갖추고 있을 때 소유제한을 완화한 것과 다르게, 우리는 현재도 보수 편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유제한이 완화되면) 소수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70~80년대처럼 다시 거리로 나가기 때문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정치인들이 민감한 사안만 생기면 헌재로 달려가는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를 포함해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달라.

천 : "옳은 말씀인데, 현재 우리 정치가 최소한의 양식을 지키면서 정치 사법화를 막을 수준이 안 됐다. 한나라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 야당에 '정치 사법화'를 막으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억울한 요구다. 헌재가 분명한 판단을 해줬어야 하는데 유감이다. 앞으로 개헌 논의에서 헌재를 민주화하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최 :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가 밥 먹여준다. 이 사안이 끝나면 부자감세, 대운하, 재개발, 자사고 확대, 의료 민영화 등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할 텐데 중산층 이하 약자들이 방어할 도구가 아무것도 없다. 같이 의견을 모으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서민의 밥그릇 지키는 것이다."

박 : "사법부가 자꾸 눈치를 보니까 악순환이 된다. 사법부가 국가 이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판사가 된 것 아니냐."

- 마지막으로 네티즌이 궁금해 하는데, 천 의원은 국회로 돌아가나.

천 : "정말 돌아가고 싶다. 헌재 결정을 기대한 이유 중 하나다(웃음). 그러나 이 상황에서 돌아갈 순 없고. 싸움이 성과 있을 때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이 기사는 오마이 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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