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에 언론법 재개정 의무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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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교수 “헌재, 야당 승소 결정한 것”…헌재 결정 의미 전문가 간담회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는 4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핵심은 언론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위반 등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여야는 (언론법) 재개정 논의를 시작할 법적 의무를 부과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전병헌 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언론법 현재 결정의 헌법적 의미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번 결정은 청구인(야당)이 국회에서의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심의·표결권을 침해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핵심으로, 헌재는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청구인의 취지를 인용했다. 소송의 의미를 살필 때 이는 청구인의 승소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헌재, 국회 스스로 법 개정 무효를 판단하라고 한 것”

▲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PD저널
헌재가 언론법 처리 절차의 위법을 지적하면서도 그 결과인 법 개정의 효력을 무효화해 달라는 야당의 청구를 기각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 여론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쪽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위헌을 선언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는 부수적인 것이다. 본질은 청구인들의 권한에 대한 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헌재는 이에 대해 분명한 확인을 했다. 다만 권력분립의 취지를 존중, 헌재가 지적한 절차상의 흠결을 법률 결정권이 있는 국회가 스스로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이는 법 개정 효력의 유효를 확인해 준 게 아니라 무효 판단을 국회 스스로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헌재법 제67조를 언급하며 국회의 언론법 강행처리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한 헌재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헌재법 제67조 1항과 2항은 각각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은 그 처분의 상대방에 대해 이미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적고 있다.

김 교수는 “이는 헌재의 결정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더 이상 절차적 흠결을 통해 법안을 가결시키지 말라는 반복금지 의무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권한침해가 있을 경우 이를 회복, 위법상태를 해소해야 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에 따라 국회의장에겐 향후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없도록 할 법적 의무와 함께 이번 법률(언론법)에 대해 절차적 위법상태를 해소할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당은 헌재의 이번 판단과 관련해 “언론법 개정의 유효를 확인한 만큼 재론하는 건 옳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의 본질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장 등이 (위법을 시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위반하는 또 다른 위법 행위인 만큼 재개정·재입법을 위한 법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위헌 상태를 시정하라는 헌재의 판단을 국회가 따르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처벌한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다. 김 교수는 “헌재는 다른 국가기관이 정상적인 권력을 행사한 결과와 관련해 권한 침해 등을 확인하는 등 헌정 질서 재조정의 역할을 한다. 그런 헌재에 강제적인 집행권까지 있을 경우 정치과정의 왜곡은 물론 민주주의도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국회가 주어진 의무를 스스로 다하지 못할 때 주권자인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병헌 민주당 의원 주최로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법 헌재 결정의 헌법적 의미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가 토론을 하고 있다. ⓒPD저널
“위법 언론법 처리, 국민 주권 절도행위…국회의장 사과해야”

하지만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리투표 등을 행한 국회의원에 대한 처벌과 위법한 절차를 통해 언론법 처리를 강행한 국회의장의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먼저 “언론법 처리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었다고 헌재가 분명히 인정을 했다. 일반 국민이 대리투표를 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는데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대리투표는 우리가 맡긴 주권을 오·남용한, 일종의 주권의 절도행위 아닌가. 단순한 사법적 처벌이 아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헌재는 국회의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도 인정했는데 이에 대해 당시 본회의에서 사회권을 넘겨받았던 부의장이든 궁극적으로 책임질 의장이든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나. 국회에서 가장 중책을 맡은 분들인 만큼, 자신의 입장보다 대한민국과 의회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의장과 여당이 언론법 재개정 논의의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신 교수는 “위법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위법의 당사자가 이를 해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절차적·제도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위법한 상태를) 올바르게 만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관 출신의 서복경 서강대 교수(현대정치연구소)도 “비선출기관인 헌재에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위임한 것 자체가 선출기관인 국회의 위신을 깎는 일이었다”며 “헌재 판결에 대해 (정치권이 각각)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 판결의 준수를 위해 국회 안에서 진행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가진, 의석만큼의 책임을 더 지는 제1당 아닌가. 문제해결을 위해 먼저 나서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는 위원장은 “언론법 처리 절차의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무효 선언을 하지 않은 헌재의 결정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개정의 정당성을 확인했고 국민 60% 이상이 재개정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만큼 야당이 의석이 적다는 이유로 패배적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언론법 재개정 요구를 묵살, 위법 절차에 따른 개정 언론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여권을 돌파하는 방법으로 야당 의원들에게 의원직 총사퇴 결의 아래 재개정 등 법적 절차 해결을 주문함과 동시에 △헌재 결정취지에 대한 언론의 정확·지속 보도 △법학자·언론학자 등 전문인들의 적극적 여론주도 △시민·네티즌의 직접 행동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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