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외면한 ‘용산참사’ 방송은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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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법원이 지난 달 28일 용산참사 관련 1심 판결에서 농성 철거민 9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9명 중 7명에게는 징역 5년~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용산참사 재판의 핵심인 화재 원인, 경찰특공대 진압문제 등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기소사실과 다른 증언이 나왔으나 이런 증언은 무시되었고, 쟁점인 화재원인에 대해서도 “불똥 모양”을 근거로 ‘철거민들의 화염병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메인뉴스에서 KBS와 SBS는 법원 판결 내용을 무비판·단순 전달했으며, 특히 KBS는 검찰 측이 화재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며 제시한 이른바 ‘액체동영상’을 다시 보여주며 법원의 판결에 힘을 싣고 나섰다.

▲ '용산 살인철거 희생자·열사 합동 분양소'. ⓒPD저널

지난달 28일 KBS는 ‘중형 선고…강한 반발’(구경하 기자)에서 법원의 판결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보도는 법원이 화재 원인을 “철거민들이 망루 안에 던진 화염병 때문”으로 판단했다며 “망루 4층 내부에 있던 철거민이 3층 계단으로 진입하던 특공대원에게 불을 붙은 화염병을 던졌고 이로 인해 망루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이라는 법원 판결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더욱이 화면으로 검찰이 ‘철거민들이 인화물질을 쏟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던 이른바 ‘액체동영상’을 다시 보여주었다.

KBS는 용산참사 직후부터 편파적인 보도행태로 비판을 받아왔다. 전철연의 과격한 투쟁방식을 부각하고 전철연 배후설을 앞장서 보도했으며, 검찰이 공개한 ‘액체동영상’을 뉴스 첫 꼭지로 다뤘다. 또 액체가 물대포에서 쏟아진 물인지, 검찰이 주장하는 시너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액체=시너’라는 검찰 측의 주장을 단정적으로 전하며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SBS도 같은 날 ‘7명 중형 선고’(김요한 기자)에서 법원 판결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보도는 “농성자들이 망루 내부 계단에 던진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등 법원 판결을 전한 뒤, 유족들의 반발을 덧붙였다.

그나마 MBC는 변호인와 유족 측이 법원판결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전했다. ‘반발..“즉각 항소”’(이혜온 기자)는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난 것을 본 사람이 없는데도, 재판부가 당시 불똥이 떨어지는 모양을 근거로 화재 원인을 ‘추론’했다고 주장했다”며 “반대 증거들이 나오는 속에서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사법부가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김형태 변호사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검찰이 수사 기록 3000쪽을 끝내 공개하지 않은 것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 출석을 거부한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용산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방송3사 메인뉴스의 무관심은 심각했다. 용산참사 재판 이후에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위령미사를 진행하는 등 판결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지만 방송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참사가 빚어진 지 9개월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돌아보면 방송의 공적 책임,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보도행태다. ‘액체 동영상’을 다시 비추며 마지막까지 권력의 시녀임을 자임하는 보도행태는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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