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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전화의 역사’ 외

‘전화의 역사’ (강준만 / 인물과 사상사)

▲ ‘전화의 역사’ (강준만 / 인물과 사상사)
휴대폰 잃어버린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물에 빠져서 고장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이 어떨까요. 아시죠? 네, 참 짜증나고 난감하고 심정이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 - 그걸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아는 분들의 연락처는 모두 휴대폰에 저장돼 있고, 의사소통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이 없어졌을 때의 공허함이란 … 휴대폰 한번 정도 잃어버리신 분들은 그 느낌을 잘 아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휴대전화는 이제 ‘생활의 중심’이 됐습니다. 아니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사람과 휴대전화의 주종관계가 바뀐 게 아닐까요? 휴대전화는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됐습니다.

강준만 교수의 〈전화의 역사〉는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휴대전화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1896년 우리 사회에 전화가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전화의 ‘모든 것’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요즘 강준만 교수의 책들을 보면 대부분 생활사와 밀접한 관련이 많은데요 이번 〈전화의 역사〉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화의 목적은 ‘소통’에 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전화가 소통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정치·사회적인 의미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책에서도 언급이 돼 있지만 개화기 당시 전화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특권’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오락’으로 변했고, 휴대전화 보급이 일반화 된 200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종교’가 되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7가지 이유를 들어 휴대전화가 ‘신흥종교’가 됐다고 주장합니다. 7가지 이유가 궁금하시다구요? 〈전화의 역사〉를 보시면 그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박지우,송호창 공역/ 후마니타스)

한국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일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된 민족’을 강조하고 ‘대동단결’을 좋아하며 ‘이질적인 것’에 대해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노골적 차별이 일어나는 것도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선 다양한 의견이 조직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박지우,송호창 공역/ 후마니타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견이 없는 사회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가 있나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사는 것이 바로 사회이고, 이견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이성적으로 조정할 줄 아는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겠지요. 이견이 없는 사회, 갈등이 없는 사회를 이상형으로 가진 지도자나 리더가 있다면 그 사회나 조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지도자나 리더의 생각에 맞춰야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테니까요.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는 이견을 다루는 방법에 주목합니다. 이견 없는 사회, 갈등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견과 갈등을 좋은 사회, 좋은 조직의 제도적 원리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시위참여자에 대한 검거열풍과 인터넷 검열 논란 등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 않을까요.

특히 5장 ‘언론의 자유’ 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많지만 특히 언론종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e5’ (EBS 지색채널e / 북하우스)

EBS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2005년 9월에 편성돼 2009년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e’를 키워드로 사람과 사회, 자연, 과학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5분밖에 되지 않는 영상이지만 〈지식채널e〉가 전하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요. 예민한 사회적 현안이나 쟁점 등을 핵심을 짚는 ‘영상언어’로 표현해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 ‘지식e5’ (EBS 지색채널e / 북하우스)
〈지식채널e〉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지식e’라는 시리즈로 출간이 됐는데요 지금까지 4권이 나왔습니다. 책은 프로그램과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다른 느낌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다섯 번째 시리즈 〈지식e5〉의 특징은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겁니다. 지난 5년간 방송되었던 프로그램 중에서 우리가 다뤄야할 인물과 삶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안경환 교수가 서문을 썼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책의 서문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썼다? 뭔가 짚이는 부분이 있죠? 그렇습니다. 〈지식e5〉는 인권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에 실린 스무 가지의 사연들은 저마다 고유한 아픔, 설움, 분노를 담고 있다. 시대의 상식에 어긋나고, 사람이 일용해야할 최소한의 양식조차 거부당한 이야기들이다. 읽고 듣는 사람의 마음은 무겁지만 이 무수한 통속通俗 속에 작은 희망의 싹들이 끊임없이 트고 있는 것이다.”

〈지식e5〉를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 (문효 / 왕의서재)

▲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 (문효 / 왕의서재)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는 일단 형식이 독특합니다. 조선을 이끌었던 ‘문제적 왕’ 10명과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흔히 역사라고 믿어왔던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가상공간에서 10명의 왕을 인터뷰하는 ‘사람’도 흥미롭습니다. 갑오농민전쟁 때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희생된 민초들의 넋을 기리는 가상의 캐릭터 ‘콩점이’가 저널리스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왕들은 다양합니다. 태종, 세조, 선조, 중종, 인조, 영조, 정조, 순조, 고종 등등. 다양한 왕들이지만 이들은 왕으로 재위할 당시 또는 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행적과 의문을 남긴 인물들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우리는 정말 조선의 왕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일까요.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는 이들 왕들의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왕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모습보다는 약점 많고 나약한,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었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들도 알고 보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이었다는 걸 책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저널’ (2009년 11월 창간준비 1호)

재미있는 잡지가 하나 탄생할 것 같습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이 잡지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발행인으로 있고 내년 3월 창간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사실 창간준비호를 보면서 한기호 소장이 지난 몇 년간 매진했던 일이 이렇게 결실을 맺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는데요, 한국의 교육과 출판, 문화계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학교도서관’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정부가 학교도서관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설치율만 높아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을 해야죠. 그런데 우리는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입시전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교육의 내용이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의 본래 목적은 물론 학교도서관 또한 입시교육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밖에 못합니다.

〈학교도서관저널〉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도서관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목적도 있구요. 우리 출판계가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 비례해 우리의 지적인 문화와 교육 수준 또한 높은 것인지 가끔 회의가 들거든요.

〈학교도서관저널〉이 이런 고민들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참 어려운 걸음을 내디딘 것 같네요.

‘한라산 편지’ (오희삼 / 터치아트)

▲ ‘한라산 편지’ (오희삼 / 터치아트)
오희삼 씨의 〈한라산 편지〉를 읽다 보면 제가 한라산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저자가 한라산의 세세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희삼 씨는 15년 간 한라산을 일터로 삼아, 온 산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고 합니다. 〈한라산 편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간의 눈’으로 본 한라산이 아닙니다. 한라산을 오르내리면서 깨닫고 발견한 꽃, 나무, 새, 물, 바람 등 자연이 주인공입니다. 한라산에 이렇게 많은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들 생명의 신비로움을 7년에 걸쳐 기록을 했다고 하니 정말 그 ‘기록정신’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읽는 게 아니라 보고 느낀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글이 편지 형식인 데다 한라산에서 살고 있는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사진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한라산 4계절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는데 보면 볼수록 장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 박인균 옮김 / 추수밭)
〈왜 인간인가〉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 즉 특별한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색한 보고서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저자인 마이클 가자니가는 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아마존에서 2008년 과학분야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이 될 정도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서적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생물학적 구조를 밝히고 이것이 인간의 삶을 특징짓는 여러 현상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지만 결론을 간단합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뇌에 대한 경외감이 상당하다는 걸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간결하고 간단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뇌와 그 뇌가 일으킨 여러 복잡한 구조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먼 여행과 같습니다. 책이 약간 두껍고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 (강흥수 / 리북)

▲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 (강흥수 / 리북)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는 여론조사의 효용과 한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책입니다. 사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만 봐도 이는 잘 알 수 있죠. 대선 후보는 물론 총선에 나간 후보자들의 후보단일화를 결정할 때도 여론조사가 동원되는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정치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적 의사결정의 최고 가늠자가 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가 과연 온당한지를 묻고 있는 것이죠. 여론조사는 과연, 믿을 만한가. 지나치게 남용하거나 과신하는 건 아닌가. 여론조사가 우리 시대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결정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론조사는 그 자체에 너무 많은 허점과 오류의 지뢰밭을 깔고 있다. 그래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엄밀하게 진단하는 과학이라 부르기엔 너무 불완전하다. 그러니 좀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활용하자. 그리고 더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노력하자.

저자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정말 여론조사를 ‘제대로’ 활용하기를 제안합니다. 저자의 제안에 동의하는 건 ‘독자’의 자유지만 어쨌든 여론조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참고교재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가 보여?’ (전경남 / 사계절출판사)

▲ ‘내가 보여?’ (전경남 / 사계절출판사)
동화책 읽어보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전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동화가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동화가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 버렸습니다. 아! 동화가 정말 유익하고 교훈적이구나, 그리고 재미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경남 씨의 〈내가 보여?〉는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웠습니다. 화자가 고양이니까 고양이 세계가 주 무대인 셈입니다. 거기에 어느 날 ‘귀신 인간’ 승호가 나타납니다. 설정 자체가 재미있지 않나요. 고양이 세계에 나타난 귀신 인간이라니. 정말 이 세상이 고양이 세상이 되면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 그런 생각을 하니 약간 무섭기도 하더군요.

〈내가 보여?〉는 고양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고양이 세계라고 해서 사람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 특히 시험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심정이나 영어나 수학 등 각종 영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그릇된 생각을 꼬집는 부분은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아이들만 읽을 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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