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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근대성의 역설’ 외

‘미래의 희망’ (계간지, 미래&희망)

한겨레 이세영 기자의 지적대로 정말 무모해 보였습니다. <사회비평> <비평>과 같은 계간지가 최근 몇 년 사이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에 진보담론을 표방한 계간지 창간이라니? 솔직히 전 무모한 정도가 아니라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복잡한 심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간 <미래와 희망>(도서출판 미래&희망) 창간호를 집어 들었습니다. 우선 기존 출판사가 아닌 신생 출판사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만든 이들 또한 계간지 시장의 ‘척박성’을 모르지는 않을 터. 대체 이들은 이미 망해버린(?) 계간지 시장에서 무얼 하려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 ‘미래의 희망’ (계간지, 미래&희망)
그래서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습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행인으로 돼 있고, 강정구(동국대)·고갑희(한신대)·김세균(서울대)·박거용(상명대)·주경복(건국대)·황상익(서울대) 교수 등이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문위원 외에 편집위원들도 있습니다. 강남훈(한신대)·김한성(연세대)·박상환(성균관대)·진영종(성공회대) 등 교수노조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 교수들도 보이고,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비롯해 시민단체 관계자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네요. 특이하게도(!) 현직 기자와 교사의 이름도 보입니다.

진보 계간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질문은 우문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미래와 희망>, 생존할 수 있을까요? 아마 계간지 창간에 참여한 이들도 이것이 가장 큰 화두였던 것 같습니다. 장회익 교수(서울대)는 창간사에서 “수많은 주변의 사람들이 ‘왜, 이 어려운 시대에 계간지를 창간해서 고통을 겪으려고 하느냐?’고 애정 어린 충고와 걱정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절박함이 이들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조선시대에서 대한제국으로 전환되었던 시대처럼, 1945년부터 1950년대까지 이어진 해방정국의 전환기처럼, 오늘 이 시점이 한국사회와 그리고 이 세계가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리라고 보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는 장회익 교수의 일성을 주목한 이유입니다.

<미래와 희망> 창간호에는 다양한 주제의 진보담론이 담겨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비평’과 ‘4대강 사업, 토건국가의 환상’을 짚어보는 글을 비롯해 2010년 지방선거의 성격과 전망도 엿볼 수 있습니다. 좌담 ‘세계질서의 변화와 동아시아, 한반도의 미래’도 주목해 볼만 합니다. 이외에도 부문별로 운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고, ‘21세기 연예계의 권력문제’와 ‘미디어법과 관련한 언론비평’까지 다채로운 문화콘텐츠에 대한 비평글도 실려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이 대세인 상황에서 긴 호흡의 글이 대부분인 계간지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시각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전체를 조망하는 노력은 지식인들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현실의 척박성을 딛고 <미래와 희망> 창간을 일궈낸 중견 지식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래와 희망>이라는 제호처럼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해 주길 기대합니다.

‘근대성의 역설’ (헨리 임, 곽준혁 편 / 후마니타스)

▲ ‘근대성의 역설’ (헨리 임, 곽준혁 편 / 후마니타스)
이 책은 민족주의적 역사 기술이 지니는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는 책입니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의 일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거부감이 생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대성의 역설>은 저자의 주장처럼 “‘식민자-피식민자’ 또는 ‘가해자-피해자’라는 이분법”에서 탈피해 “식민지 근대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뒤얽힌 관계들’”에 더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이 식민 통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유산 속에 존재하는 인종주의, 지배와 폭력, 계급 착취, 가부장제 등의 작동 방식을 더 주목한 이유도 이런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식민지라는 시대적 배경과 공간에만 주목하다 보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즉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틀에 갇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근대성의 역설> 저자들은 그 속에서 다양한 차이와 지배 체제에 내재한 균열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걸 드러냄으로써 근대성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다수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 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은 탈식민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자신이 가해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근대성이 담고 있는 역설적인 측면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잠깐 독서

‘19분’ 1·2 (조디 피콜트, 곽영미 옮김 / 이레)

올해 9월 영화 개봉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던 베스트셀러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저자 조디 피콜트의 <19분>이 도서출판 이레에서 출간되었다. <19분>은 실제로 일어났던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열 명의 사망자와 열아홉 명의 부상자를 낸 ‘살인범 괴물’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당장 일어난 사건 당일 상황을 파헤치기보다 열일곱 살 피터 호턴이 어떻게 총을 들게 되었는지에 집중한다.

논쟁적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는 스토리텔링의 대가로 인정받는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독자들을 어느 한편으로 입장을 정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뜨리며, 흑과 백이 없는 회색지대로 초대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희생자를 위해서라면 복수는 늘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을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만약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삶을 판단하는 거라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를 직설적으로 묻고 있다.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우리 안에는 여러 목소리가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경험이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내면의 아이’, 우리 스스로를 비난하고 독촉하는 ‘내면의 비판자’ 그리고 이런 목소리들을 통제하는 중심 목소리인 ‘의식된 자아’까지… 당신은 이런 목소리들과 대화하고 있는가? 어린 시절의 경험은 우리의 삶 전체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겪었던 내면적 상처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정상담 치료사인 저자 울리케 담은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찾아내어 치유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자신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과 ‘내면대화요법’ 같은 내면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으며, 어린 시절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더불어 어렸을 때 늘 꿈꾸던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제품이 되는 나라, 일본을 말한다’ (카와구치 모리노스케, 김상태 옮김 / 비즈니스 맵)

누구나 한 번쯤은 일본의 포켓 몬스터나 세일러문, 닌텐도 Wii와 같은 제품(콘텐츠)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특이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이 묘한 기능은 뭘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독창성으로 무장한 제품이 가득한 나라다. 이 책에서는 일본인의 가치관과 문화적 특성, 심리적 요인들이 이러한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와 서브 컬처의 잠재력을 활용한 물건 만들기의 지혜를 알려준다. 또한 이제 한국도 ‘한국다운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것을 축으로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독자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세계무대에 제안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장이 살아야 내 몸이 산다’ (무라타 히로시, 박재현 옮김, 김은선 감수 / 이상)

동양인의 대장은 서양인보다 평균적으로 0.5미터 정도 길며 장의 상태도 서양인에 비해 부드럽다. 동양인의 장은 곡류와 채식 위주로 소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섬유질이 많은 음식 찌꺼기를 담고 있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육류를 주로 섭취하면 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육류의 지방성분 등은 대부분 소화 흡수되기 때문에 변이 될 찌꺼기가 적어 오랫동안 대장에 머물게 되고 수분이 지나치게 흡수되어 변이 단단해진다. 그러다 보면 장에는 오랫동안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노폐물과 독소 등이 머물게 되어 우리 몸에 해를 가하게 된다. 변비와 치질, 아랫배가 거북한 느낌은 모두 이런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한 음식물 찌꺼기는 최대한 빨리 우리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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