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엄기영 ‘정면대결’ 수습국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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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인선 차질로 경영공백 현실화…김우룡 독주 안팎에서 ‘불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의 MBC 임원 인선이 2차례나 연기되면서 사태가 가늠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보도·제작·편성본부장 인선을 놓고, 2주가 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진의 ‘MBC 장악’ 실행 가능성과 엄기영 사장의 ‘식물사장’ 전락 우려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서로 간의 복잡한 수 계산이 엇갈리고 있다.

■ 2주일 넘긴 인선, 경영공백 현실화 = 지난 15일과 21일 두 번에 걸친 임시이사회에서 엄 사장의 임원 인선안이 방문진에 의해 부결되자 MBC의 경영 공백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현재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KBS SBS와 달리 MBC는 책임자 없이 홀로 표류하고 있다. 또 지난주에는 이사 해임으로 신입사원 최종 면접이 시험 직전 갑자기 연기되는 등 안팎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방문진이 MBC 경영공백을 장기화로 몰아 MBC를 위기로 처하게 하고 있다”며 “그동안 김우룡 이사장이 기회가 될 때마다 언급했던 MBC 적자경영에 대한 우려, 새 이사 선임 과정에서 엄 사장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공언은 ‘MBC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구두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차기환 방문진 공보이사가 이사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방문진 대변인인 차기환 공보이사도 지난 21일 이사회 직후 “개인적으로 인선이 자꾸 지연되는 걸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확정 짓겠다”고 부담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내년 1월 6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 외에는 아직 임시이사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사퇴’ 배수의 진 친 엄기영 = 지난 7일 엄기영 사장은 부사장과 본부장 6명 등과 함께 방문진에 ‘재신임’을 물으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재신임을 물으며 던진 사표였지만 엄 사장은 본인만 살아남았고, 자신의 팔, 다리에 해당하는 본부장들이 모두 경질됐다. MBC 내부에서는 “방문진이 사장을 교체하지 않고, 인사를 통해 MBC 직할통치가 가능하게 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 듯 엄 사장은 최근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21일 이사회 참석에 앞서 “이사회 선택을 못 받는다면 사장으로서 책임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택을 피할 수 없는 길이 되지 않겠나”라며 사퇴의사까지 내비쳤다. 임원 인선안에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MBC 관계자는 “자기 스태프를 심고자 하는 것이고, 인사권의 문제니까 엄 사장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 앞서 엄기영 사장(왼쪽)이 노조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일각에서는 방문진이 경영공백 상황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종국에는 내년 2월 주주총회에서 엄 사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재신임을 받은 사장을 불과 2개월이 지난 뒤 거취논의를 하는 것은 방문진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엄 사장도 두 번의 인선안이 부결됐지만 이런 이유로 ‘사퇴’는 하지 않을 거라는 게 MBC 안팎의 분석이다. 엄 사장은 22일 본부장 직무대행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원 여러분들도 맡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사장 수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 김우룡 독주에 ‘제동’ 건 문재완, 최홍재 = 김우룡 이사장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임원 인선과정에서 김 이사장이 지지하는 후보로 표가 ‘결집’ 되지 않는 등 여당 이사들간 내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주도적으로 임원 인선에 나섰지만 이사들의 의견수렴에 소홀해 “김우룡의 독주체제에 불만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1일 야당 이사가 퇴장한 뒤 진행된 투표에서 여당 이사 6인 가운데 문재완 이사는 엄 사장 안에 투표를, 최홍재 이사는 백지를 던졌다. 안건이 부결되자 김 이사장은 재투표를 진행하려했으나 두 이사는 이를 거부하고, 오전 10시께 이사회를 퇴장했다. 문 이사는 “사장과 이사장이 합의한 안에 이사회가 추인하는 방식이 좋지 않겠냐”며 중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조해진 김 이사장은 이날 굳은 표정을 지었고, 남은 이사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방문진도 파국을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노조 관계자는 “엄 사장도 타격을 입었지만, 김 이사장도 이에 못지않은 외상을 입었다”면서 “새로운 인물을 통해 경영공백 상태를 마무리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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