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와 함께 라디오는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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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와 함께 라디오는 변화한다
[2009년 라디오 결산]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2.22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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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말’의 주도권은 올해도 여전했다. 토크와 시사프로그램의 강세는 이제 고착화된 경향으로 보인다. 개그맨 DJ들의 활약은 올해도 눈부셨고, 라디오 시사프로는 정착기를 지나 하나의 저널리즘 형태로 자리 잡았다.

같은 시간대에 ‘타깃 오디언스(표적 수용자)’가 다양해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청취자들의 다양해진 생활패턴은 라디오 편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오후 8~12시의 음악방송은 더 이상 10대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니며 ‘시끄러운’ 심야프로그램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오전 12시 5분~2시)는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래된’ 매체이지만 늘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라디오의 변신은 끝이 없다. 인터넷을 만나 청취자들의 실시간 참여를 이끌었고, ‘보이는 라디오’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라디오는 이제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9년 라디오의 눈에 띄는 경향들을 짚었다. / 편집자주

가장 뜨거운 시간, 오후 2~4시

현재 라디오에서 가장 ‘핫’한 시간대는 오후 2~4시.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 시간대 라디오 청취율은 다른 시간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공교롭게도 주요시간대로 부상한 오후 2~4시는 개그맨 DJ들의 격전지다. 라디오 최고의 청취율을 자랑하는 SBS 〈두시 탈출 컬투쇼〉의 정찬우, 김태균을 비롯해 MBC 〈두시의 데이트〉의 박명수, KBS 〈뮤직쇼〉의 서경석이 바로 그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토크’가 중심이 된 최근 라디오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두시 탈출 컬투쇼> ⓒSBS
반면 주요시간대에서 한 발 물러난 저녁 프로그램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청취층이 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10대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해 온 오후 8~12시 사이 음악 FM프로그램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각 방송사의 DJ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오후 10시 음악 프로그램의 DJ는 KBS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의 이특, 은혁, MBC 〈꿈꾸는 라디오〉의 김범수, SBS 〈텐텐클럽〉의 스윗소로우. 슈퍼주니어는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고, 김범수와 스윗소로우는 각각 음악성을 자랑하는 뮤지션들이다.

한 라디오 PD는 “그동안 오후 10시 프로그램은 대부분 10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현재 각 방송사의 주 청취대상은 달라진 것 같다”며 “아이돌 가수를 내세운 KBS 〈키스 더 라디오〉는 여전히 10대 청소년을 주 청취층으로 하고 있고, MBC 〈꿈꾸는 라디오〉와 SBS 〈텐텐클럽〉은 20대 이상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라디오 PD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다변화된 청취자들의 생활패턴이 반영된 것”이라며 “같은 시간에 여러 청취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라디오 저널리즘’ 정착되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이제 하나의 독특한 저널리즘 영역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일 쏟아내는 유명 인사의 인터뷰는 여러 형태의 기사로 재생산되면서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MBC
한 라디오 PD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이제 정착기를 넘어 ‘라디오 저널리즘’으로 정착했다”며 “라디오 시사프로의 성공 비결은 TV에서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설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디오 시사프로가 정착기에 접어들면서 각 프로그램의 차별성도 눈에 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손석희 교수의 냉철한 진행을 기반으로 고정 청취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기자·PD가 함께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의 장점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시사프로가 하루 2~3명을 인터뷰하는데 비해 평화방송(PBC)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는 매일 5~6명의 인터뷰를 실시해 상대적으로 기사에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SBS전망대〉, 불교방송(BBS) 〈김재원의 아침저널〉 등도 각각 독특한 색채로 아침 시사프로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진행자 교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수 세력으로부터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냐”는 말을 들어왔던 코미디언 김미화 씨는 지난 4월 개편을 앞두고 자신이 진행하는 MBC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하차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위기에 놓인 ‘우리동네’ 라디오

지역 소식을 전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인 공동체라디오에게 2009년은 혹독한 해였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그동안 지급하던 월 5~600만원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중단했기 때문이다. 재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방통위 보조금이 중단되자 대부분의 공동체라디오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원을 중단한 방통위는 지난 8월 자율경영을 원칙으로 4년 동안 시범사업에 참여한 7개의 공동체라디오를 정규 사업자로 허가했다. 이로써 공동체라디오는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현행 1w(와트)의 출력으로는 가청권이 반경 1~1.5km(실내기준) 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 광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은 30w 이상의 출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방통위는 1w의 출력을 유지하되 주파수 여유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법 규정에 따라 10w 이내의 출력을 증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덕호 마포FM 방송본부장은 “해당 지역에조차 방송이 제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광고영업을 해도 별 성과가 없다”며 “출력 문제를 당장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간접적인 지원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방통위로부터 유일하게 어떤 형태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방송이 바로 공동체라디오”라고 말했다.

광고수익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은 다른 수익원을 찾고 있다. 7개 사업자 가운데 5곳은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마포FM 등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상황은 열악하지만 FM분당, 마포FM, 관악FM, 금강FM방송국, 성서공동체FM, 영주FM방송, 광주시민방송은 오늘도 지역민을 향해 ‘그들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 방송인 배칠수
성대모사는 단순히 개인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2009년에는 유난히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많았다. 특히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충격이었고, 전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성대모사의 달인’ 배칠수는 세상을 떠난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해 슬픔에 잠긴 국민들을 위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였던 지난 5월 25일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 출연한 배칠수는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열심히 잘들 지내시고요. 건강들 하십시오.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말했다. 청취자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성대모사로라도 그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같은 프로그램의 ‘3김 퀴즈’에서 DJ(김 전 대통령)는 처음으로 정답을 맞혔다. 전날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의미였다. 그동안 그를 성대모사한 배칠수가 맞힌 마지막 정답은 ‘민주주의’였고, 7년 4개월만에 ‘딩동댕’ 소리가 울렸다.

배칠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소리로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해 청취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방송을 끝으로 ‘3김 퀴즈’는 막을 내렸고, 배칠수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다며 더 이상의 성대모사를 거절했다.

라디오는 ‘소통’의 매체이거늘
[WORST - 대통령 이명박]


▲ 이명박 대통령
‘소통의 매체’ 라디오를 ‘불통의 도구’로 만든 사나이. 청취자와 DJ가 인터넷·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소통하는 시대에, 이명박 대통령은 순전히 자신의 이야기만 전달하면서 라디오를 일방적인 홍보수단으로 바꿔놓았다.

지난해 여름 ‘촛불 정국’을 겪은 이 대통령은 직접 국민들을 설득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라디오 연설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방송이 지난 10월 1년을 넘겼지만, 대통령이 주장하는 ‘소통’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미디어법의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가 합의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미디어법 처리는) 더 늦출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때였다.

‘제작’을 맡고 있는 KBS 라디오 PD들은 1년 내내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놓고 사측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은 “일방적인 현행 방식을 고치치 않으려면 연설을 폐지하라”고 촉구했고 사측은 결국 포맷 변경에 합의했지만, 약속은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식을 KBS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번 개편 때마다 경쟁력 등을 이유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지만, 대통령 라디오 연설은 아무런 평가 없이 ‘공영방송’의 편성표를 1년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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