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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파문과 프로듀서 저널리즘

기자실 파문의 와중에서 출입처 없는 취재를 하고 있는 PD입장에서는 오마이뉴스처럼 기자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언론을 동정적으로 보게 된다. 필자 역시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옥신각신 입씨름을 한 경우는 있었다.지난 해 4월 총선연대 낙선운동 관련 기자회견이 K시 기자실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 시간보다 일찍 기자실로 간 필자는 터줏대감격인 한 중앙언론사 주재기자로부터 “남의 집에 왔으면서 인사도 안하느냐. 건방지다"는 느닷없는 지적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나는 기자실을 시청에서 제공한 공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 반면 그 기자는 자신의 사적인 업무공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기자에게 항의를 하자 옆에 있던 다른 기자들도 나서서 “선배도 몰라보냐. 사과해라"며 공격을 해댔다. 공개된 기자회견이었기에 망정이지 등록된 기자들만을 상대로 한 ‘브리핑"이었다면 당장 축출될 분위기였다. 말로만 듣던 일부 지방기자실의 횡포를 몸소 체험하고 나니 기자실을 중심으로 한 정보독점과 여론왜곡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 출입처 없는 PD들이 기동타격대식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프로그램이 늘면서 PD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PD저널리즘의 강점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것이 취재원과의 지나친 밀착으로 인한 정보왜곡이 없다는 점이다. 취재대상이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때로는 밥과 술을 나누는 상대가 아니다보니 문제가 있으면 있는대로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좋은 점이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방송에 투영하는 PD들의 시사프로에 시청자들이 “거칠지만 솔직하다"는 평가를 내려온 점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기자실파문을 보면서도 기자들의 출입처 제도가 갖는 매력을 부러워한다. 경찰기자로 시작해 정부 각 부처를 돌면서 자연스럽게 국정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알게 되는 시스템, 기자실이라는 공간 내에서 경쟁을 통해 취재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장점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훈련되지 않은 PD들은 자신의 상식과 열정을 무기로 취재에 뛰어들지만 노하우가 모자라 시간낭비가 많고 중대한 판단착오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게 되지만 그만의 노하우이지 후배 PD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되고 종국에는 PD집단의 공유물로 축적되는 체계는 없다. 따라서 현상태 대로라면 PD저널리즘은 앞으로도 계속 시행착오를 열정으로 극복해야 하는 한계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PD들의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시행착오들이 모여 현재의 PD저널리즘이라는 만만찮은 성과를 갖게된 것도 사실이지만 “몰라서 용감하다”는 빈정거림을 듣지 않을 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각 방송사나 PD연합회, 방송진흥원 등 관련 기관에서 시사 프로그램 PD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같은 것을 운영하면 어떨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취재경험이 많은 대기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풍부한 경험을 듣고 이를 자료화해 공유할 수 있게된다면 그만큼 PD저널리즘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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