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contsmark1|2001년 3월 중순, 갠지스강 상류의 힌두교 성지 리시케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대마초와 해시시를 피우는 사두(힌두교의 수행자)를 보면서 그 해묵은 문장이 떠올랐다. |contsmark2| |contsmark3| |contsmark4|사회주의 혁명의 사상가가 사용했던 상징적인 단어 ‘아편" 과 바로 눈앞에서 끽연하는 현실의 ‘아편"이 정확하게 포개지는 나라, 국민의 80%가 힌두교라는 종교를 믿으며 현실의 모순을 모순으로, 질곡을 질곡으로 느끼지 않는 나라. 인도는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다. |contsmark5| |contsmark6| |contsmark7|인간이 사는 어느 곳이든지 삶과 죽음 , 가난과 부귀, 깨끗함과 더러움, 자명한 것과 불가사의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도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은 없다. |contsmark8| |contsmark9| |contsmark10|벌써 몇 십 년 전에 핵무기를 자체 개발했고, 미국 다음으로 정보통신산업 기술 인력을 많이 보유한 나라. 문명국가와 다른 고등 종교의 관점에서 볼 때 우상 숭배와 미신이라고 폄하할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신들을 숭배하고, 전근대적인 카스트 제도와 그로 인한 보이지 않는 계급 투쟁, 상상을 초월하는 빈부 격차가 온 국민을 짓누르고 있는 나라. |contsmark11| |contsmark12| |contsmark13|인도를 준다고 해도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로 대표되는 서구의 문화적 자만 앞에서, 인도의 종교와 문화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의 집적체다. |contsmark14| |contsmark15| |contsmark16|그러나 어찌하랴. 인구 11억, 인류의 1/5을 차지하는 인도는 곧 우리 인류의 커다란 단면이며, ‘인간" 이라는 불합리한 존재를 대표하는 커다란 집단 중의 하나이다. |contsmark17| |contsmark18| |contsmark19|이윤추구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세계적인 시장이다. 이 거대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가? |contsmark20| |contsmark21| |contsmark22|수 천 년 전부터 인도인의 삶과 정신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힌두교다. 힌두교는 인도인의 문화와 정신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동시에 ‘인간 존재"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돕는 안내자다. |contsmark23| |contsmark24| |contsmark25|그리고 힌두교의 모든 단면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12년마다 열리는 ‘마하 쿰브 멜라" 축제다. ‘쿰브" 는 힌두어로 물단지, ‘멜라"는 시장, 축제를 뜻한다. |contsmark26| |contsmark27| |contsmark28|아주 오랜 옛날, 생명의 물이 담긴 물단지를 차지하려고 천상의 신들과 악마가 싸움을 벌였다. 다툼은 12일 동안 계속됐고 그 와중에 생명수의 일부가 갠지스강을 포함한 4곳에 떨어졌다. |contsmark29| |contsmark30| |contsmark31|천상의 시간 12일은 지상의 시간으로는 12년. 힌두교 신자들은 지상에 떨어진 생명수를 기념하기 위해 그 4곳에서 3년마다 축제를 벌인다. |contsmark32| |contsmark33| |contsmark34|그리고 12년 째, 인도 북부의 힌두교 최대 성지 ‘알라하바드’에서 가장 크다는 뜻의 ‘마하 쿰브 멜라’ 를 연다. 기네스 북은 12년 전 1989년의 "쿰브 멜라"를, 하루에 1천 5 백만 명이 모인 ‘세계 최대의 종교 집회’ 라고 기록했다. |contsmark35| |contsmark36| |contsmark37|그리고 그 기록은 2001년에 간단하게 깨졌다. 2001년 ‘쿰브 멜라’에 모인 사람은 연인원 7천 만 명, 하루 최대 운집 인원은 2천 5백 만 명으로 추산된다. |contsmark38| |contsmark39| |contsmark40|‘쿰브 멜라"에는 차분한 명상과 절대자를 향한 열정, 은둔자의 경건함과 집단의 광기, 사랑의 나눔과 각 종파 간의 알력, 신비주의와 근본주의, 저급한 다신교와 고차원적인 신앙, 물질적인 가난과 부귀가 얽혀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인도의 모든 다양성을 하나로 용해하고 포용하는 한없는 열린 마음과 너그러움이 있다. |contsmark41| |contsmark42| |contsmark43|힌두교도들은 갠지스를 향해 기도하고, 그 물에 몸을 담그고 또 마심으로써 인간을 구속하는 죽음과 환생 - 그 윤회의 고리를 끊고 영원한 생명과 안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갠지스 강은 셀 수 없는 힌두의 신과 수 천 만의 사람을 모두 받아들인다. |contsmark44| |contsmark45| |contsmark46|천상과 지상의 갈등, 각 집단 간의 반목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속에서 용해된다. 그들이 염원하고 경배하는 믿음의 대상은 바로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어머니 갠지스로 상징되는 ‘우주, 절대자’의 가없는 사랑이다. |contsmark47| |contsmark48| |contsmark49|‘쿰브 멜라’를 제대로 보고 온 사람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일인당 국민 소득 500불을 넘지 못하는 이 가난한 나라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우리가 가져보지 못한 기쁨과믿음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는 사실에. |contsmark50| |contsmark51| |contsmark52|‘쿰브 멜라" 로 대표되는 인도의 종교와 문화는 물질주의와 지역주의, 종교적 배타주의와 성공 만능주의, 냉소주의와 이기주의, 경쟁과 혼돈, 회의주의에 빠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contsmark53| |contsmark54| |contsmark55|당신은 과연 순례를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가? 어떤 진실과 깨달음을 위해, 겸허하게 잠시 나마 모든 것을 버릴 자세를 갖췄는가? |contsmark56| |contsmark57| |contsmark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