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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우리시대 독서가들 모습 자연스럽게 상상케 해

|contsmark0|세상의 모든 독서가들이여 !
|contsmark1|당신이 타고난 독서가라면, 글자를 처음 읽을 수 있게 됨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기호들을 판독하게 됐을때의 자신의 심정을 떠올려보라. 마치 왕성한 독서가로서 운명지어진 사람인듯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문자를 해독하는 어린 눈동자를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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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다독(多讀)으로 말년에 시력을 잃게 된 남미 환상문학의 대가,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된 그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어이없게도 국립도서관 관장직을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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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암흑과 책을 동시에 선사받게 된 이 비극적인 독서가는 종종 노모의 손을 잡고 ‘피그말리온’서점으로 책나들이를 하곤 했는데, 어느날 그곳에서 서점에 꽂힌 책들을 일일이 뽑아내 먼지를 닦고 있던 열 여섯의 알베르토(alberto manguel)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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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불분명한 걸음걸이로 서가를 돌며 조금쯤 망설이던 보르헤스, 아마도 낭랑한 목소리의 소유자였을 알베르토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쉬이 피곤함을 느끼게 된 자신의 노모를 대신해 책을 읽어주지 않겠느냐는 것.
|contsmark11|그 후 2년 동안 알베르토는 암흑속을 헤매던 거장의 눈이 되어 왕성한 독서편력을 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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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현재 가장 잘 나가는 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편집자가 된 알베르토의 ‘독서의 역사"는 바로 그 기묘한 만남을 근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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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알베르토가 만약 꾀병을 핑계로 그날 피그말리온에 나가지 않았거나 서점 한 귀퉁이에서 졸고 있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겠지? 그리고 이 책 ‘독서의 역사’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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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보르헤스로부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촌평을 들으며 자란 책 읽어주던 소년 알베르토, 그는 마치 후에 ‘독서의 역사’를 펴내기 위해 왕성한 독서가로 산 듯한 인상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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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알베르토는 자신이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었다고 벅차게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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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이렇듯 이 책 ‘독서의 역사’는 망구엘 자신의 독서 편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수십 세기 인류 역사를 거쳐오면서 책읽기를 사랑했고, 이를 삶의 도구로 활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간다. 인류 최초로 문자를 남겼던 수메르인 농부에서부터, 곧 전자북에 익숙해질 컴퓨터 앞의 현대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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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9|이들 독서가들은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의 끈으로 매어 있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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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2|무릎 위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젊은 날의 아리스토텔레스, 틀안경을 잡고 책장을 넘기는 고대 로마의 최대시인 베르길리우스, 활짝 핀 서양협죽도에 파묻혀 시를 낭송하는 17세기 인도의 시인, 앞을 못 보는 보르헤스가 책 읽어주는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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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시대를 초월해 책읽기에 몰두하는 이들의 진지한 눈빛과 몸짓.
|contsmark36|아직 끝나지 않은 독서의 역사를 이어나갈 우리 시대의 독서가들의 모습이 이들의 그림 위로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걸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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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과거와 미래, 그리고 우주 저편으로까지 영혼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확장시키는 유일한 도구는 그래도 책이라는 알베르토의 확언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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