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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의 영화이야기]

▲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진행자, 이주연 아나운서
미니시리즈 〈파스타〉. 요즘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월, 화요일에는 당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드라마 속 온갖 전채요리와 파스타도 맛나게 보이고 그 음식들을 만드는 요리장면도 장면이거니와 도대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은 두 주인공 현욱과 유경의 사랑 이야기.

처음에는 다짜고짜 소리만 빽빽 질러대는 현욱이라는 캐릭터에, “뭐야, 저 인간!” “아니, 소리만 지르면 연기야?”했던 나. 회를 거듭할수록 그 주방에서 나는 요리와 사랑의 고소한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유경이 101가지의 느낌과 어조로 “예, 쉡(chef)~”하며 대답할 때(길게 말꼬리를 늘이거나, 짧고 경쾌하게 끝내거나, 시무룩하게 툭 놓아버릴 때...), 그리고 쉡 현욱이 애정의 표현으로 버럭버럭 주방 식구들에게 소리를 질러댈 때(소리 지르는 모습도 멋있어라, 꺄올~), 또 속 깊고 명랑한 유경의 모습에 현욱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고 입술꼬리를 치켜 올리며 웃다가 뽀뽀할 때는 정말이지 아, 어찌 이런 판타지 드라마가 있단 말인가! 어흐흥~~하며 그날 밤 잠은 다 잤다고 보면 되는 거다.

이렇게 많은 처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여 불면의 밤을 조성하는 이 드라마의 공신은 무엇보다 200%의 싱크로율로 캐릭터를 연기해내고 있는 두 배우라고 하겠다. 아니, 각각 연인과 부인이 있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두 눈 뿐만이 아니라 온 얼굴이 샤방샤방 사랑으로 빛나고 있으니 출산한지 얼마 안 되는 부인을 놔두고, 사귄지 오래된 남자친구를 놔두고 진짜 사랑에라도 빠진 거 아니냐고요~~~ (죄송합니다, 두 분)

하지만 그런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연기 때문이다. 사실 공효진이라는 배우에게는 언제나 ‘연기 잘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TV 드라마에서 양 갈래 머리 여고생을 연기할 때도, 영화 작품에서 과대망상에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선생을 연기할 때(〈미쓰 홍당무〉)도 그녀는 항상 여고생이었고 선생이었다.

▲ MBC 미니시리즈 <파스타> 주인공 이선균(왼쪽), 공효진 ⓒMBC

어제 여고생이었다가 오늘 선생이 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캐릭터는 대개 한 성질 하는 열혈 여성. 예쁘기만 하고 눈망울만 반짝이면 되는 여타 배우들과는 달랐다. “세상이 공평할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라며 비상식적인 일을 일삼던 〈미쓰 홍당무〉 양미숙 선생. 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호쾌하게 생선을 토막 내는 생선장수 명주는 곰팡이 낀 모텔방도 방값만 깎아주면 아무렇지도 않은 현실적인 털털 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 된 이선균은 또 어떤가. 사실 처음에 그는 연기력보다는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와 부드러운 미소로 어필한 것이 사실이다. 커피 광고에 어울릴 듯한 분위기. 하지만 그의 스크린 최근작 〈사과〉라든지 〈파주〉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 두 작품에서 그는 냉정하고 찌질한 혹은 평범한 남자 그리고 진중하고 신비한 동시에 무섭도록 철저한 남자로 빙의한다. 그는 더 이상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에 기대어 혹은 커피 광고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빌어 호소하지 않는다. 특히 〈파주〉에서의 연기는 이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의 신인연기상을 휩쓸었던 상대 배우 서우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제 〈파스타〉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흑~ 하지만 드라마에 빠져 한동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더구나 드라마를 통해 한 배우에게 심장이 꽂히는 경험은 더욱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좋은 일은 배우에게 품게 된 관심과 애정으로 좋은 영화 작품을 두루 찾아보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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