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민우의 음악한담]

▲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편집장
이 코너를 시작한 뒤로 아이돌 이야기를 몇 번 했나 한 번 세 봤다. 총 아홉 번 원고를 썼는데(이 원고가 열 번째다) 그 중에 직접적으로 아이돌 그룹을 화제로 다룬 건 세 번이다. 직간접적으로 스쳐 간 것까지 합하면 다섯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좁게 잡아도 3분의 1이고 넓게 잡으면 반이 넘으니, 지난 석 달 동안 아이돌 관련 이야기만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나마 그게 원고를 쓸 때마다 아이돌 관련 이야기는 피한다고 피해서 나온 결과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도 글을 쓰는 동안 아이돌 이야기가 3분의 1이 넘어가게 될까? 2010년도 벌써 첫 번째 분기를 지난 지금, 그렇게 될 거라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시장의 반응이 작년과 다르다. 끓는 물에서 냉장고로 바뀐 건 아니지만 반응이 미적지근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년 아이돌 열풍의 견인차 중 하나였던 소녀시대의 신곡은 애매한 반응을 얻었다. ‘공개 첫 주 음원 올킬’ 등의 ‘업적’이 대대적으로 강조되었지만 그건 ‘Gee’와 같은 곡을 발표했을 때의 참신함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게 없으니 이것이라도’라는 식의 반응에 더 가까워 보였다.

또한 지난 원고에 언급했던 2PM 사태는 아이돌 팬덤의 역학 자체를 바꿔버렸다. 이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는 팬덤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에 대한 기사들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이 기사들에도 예전에 찾아볼 수 있던 활력은 느끼기 힘들다. 그저 받아 적고, 그저 서술하고, 그저 사진을 찍고, 그저 제목을 달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관성’이다. 2010년 첫 번째 분기의 대중음악시장은 ‘관성적’으로 굴러갔다. 2008년과 2009년의 영광에 힘입은 관성 말이다. 혹자는 그걸 ‘조정기’라고도 부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성’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싶다. 관성에는 마찰력이 작용하게 마련. 힘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된 까닭이 ‘음악’ 때문이라고 하면, 이것이 전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하면 어떨까. 물론, 맞다. 아이돌은 근본적으로 ‘음악’을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다. 그 상징적인 예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로 데뷔를 한 티아라다(공교롭게도, 그들이 데뷔한 시점은 아이돌이 시장에서 과포화상태에 접어들었을 즈음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에게 ‘음악’이란 TV나 영화 연기자, MC, 뮤지컬 배우, 그리고 기타 등등의 방송인으로서 안정적인 경력을 쌓아가기 위해 필요한 발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지어 아이돌 본인들 역시 그런 생각을 굳이 숨기려들지 않는다(‘기회가 되면요…’로 시작하는 수많은 인터뷰들).

하지만 이 ‘음악’이 재미가 없다면? 소녀시대의 신곡이, 카라의 신곡이, 2NE1의 신곡이, 티아라와 비스트와 애프터스쿨의 신곡이 ‘관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 그리고 그것이 이들의 위치에 착실하지만 치명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무리한 일일까?

올해 확실히 재미없어진 아이돌 그룹들의 신곡을 들으면서, 우리가 그토록 지난해와 지지난 해 아이돌에 열광했던 건 그들의 ‘음악’이 그토록 흥미롭기 때문이기도 했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아이돌 음악에 대한 공개적인 옹호가 가능했던 것도 그것들이 보여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관성적인 공산품 이상의 활력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기란 어렵다. 다음 분기에서 이 활력이 살아날 수 있을까? 원더걸스가, 2NE1이, 그리고 더 이상 ‘아이돌’이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비와 이효리가 본인들이 갖고 있는 스타성에 관성적으로 의지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