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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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잔치는 끝났다. 이제 조정만이 남았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등 화려한 수식어를 외치던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통신사와 산업 자본들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고, 크든 작든 연예계 산업 자본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정훈탁 IHQ 전 대표가 4년 여 만에 연예 기획사 IHQ의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IHQ는 최대주주 SK텔레콤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정훈탁 대표에게 매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IHQ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을 꿈꾸던 디초콜릿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주몽〉, 〈파스타〉 등을 제작한 ‘올리브나인’의 최대 주주였던 KT가 시장을 떠난데 이어 SK텔레콤 역시 시장에서 물러나게 됨으로써 시장은 다시 조정기를 겪게 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에 메가박스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가격 조율단계에서 무산이 됐다. SK는 어떻게든 탈출 방안만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들어서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방송·통신 미디어 융합시대를 맞이해 콘텐츠 제작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신성장 동력’ 등 먹을거리라며 시장에 잔뜩 바람을 집어넣었고, 통신사들은 스타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 지난해 디초콜릿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 내건 현수막 ⓒ디초콜릿
하지만 스타를 기업 성장의 모멘텀으로 삼기에는 화려함에 비해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나도 컸다. 대형 스타들의 높은 계약금이 연기자와 매니지먼트사의 수급 불균형과 채산성 악화로 이어졌다. 매니지먼트 사업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디초콜릿이 지난달 31일 전자공시에 발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면 “매출액 증가의 주요 원인은 (주)DY엔터테인먼트 및 (주)더스포츠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및 커피 사업 본격화”라고 밝혔다. 앞서 26일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부동산 개발, 매매 및 임대업 △영화 및 드라마 테마파크 조성업 △3D 콘텐츠 제작 및 영상장비 개발업 △무역업 △수출입업 일체 등을 사업목적 추가에 포함시켰다. 이는 사업다각화 없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들 역시 연예기획사의 대형화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배우 김태희는 나무액터스와 우호적 협력관계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가족회사를 차렸다. 자신의 가족이 설립한 루아엔터테인먼트 소속연기자로 활동을 진행하며 나무엑터스는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및 정보 제공, 광고 및 홍보 마케팅 전반에 대한 매니지먼트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인원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대형화를 위시해 ‘관리형 매니저’ 보다는 ‘조력자 매니저’의 역할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송혜교는 계약금도 없이 이든나인이라는 작은 기획사로 둥지를 옮겼고, 소지섭도 키이스트를 나와 매니저도 없이 직접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김하늘, 송승헌, 윤은혜 등이 줄줄이 새 집을 차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박성혜 전 싸이더스HQ 본부장은 지난해 펴낸 책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에서 배우 김혜수, 전도연 등과 각각 15년, 12년 동안 매니저를 한 것을 거론하며 ‘스타-매니저’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업적 파트너로서 소기의 목적에 따라 서로 언제라도 발전적 해체가 가능함을 알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수익창출을 위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로 갖춰져야 함을 조언하고 있다.

당분간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대기업의 인수와 회사들 간의 합병 움직임은 가라앉고, 톱스타들의 군소기획사로의 이탈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정훈탁 대표의 iHQ 인수에 대해 “기업을 되찾는 게 아니라 자기 가족을 되찾는 것”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을 아로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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