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책읽기 ─ <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BOBOS IN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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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 세속적 성공 추구하되자유와 진보, 창조가 생명

|contsmark0|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 엘레인과 벤이 가족과 하객을 제치고 교회 밖으로 도망쳐나와 버스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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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엘레인의 신부복은 찢겨있다. 야망과 성공에 대한 집착, 혈통과 권위로 똘똘뭉친 위선덩어리 부르주아에 주먹을 한방 날린 순간이다. 그들의 저항과 창조적 일탈은 분명 보헤미안적이다. 처음에 둘은 매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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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하지만 점점 우울해지고 마침내 겁에 질린 표정까지 짓는다. 미국 엘리트를 대표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식 성공에서 탈출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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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그들은 보보(bobo)가 되었다. 60년대 히피로 상징되는 보헤미안(bohemian)과 80년대 여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bourgeois)의 특성이 한 데 모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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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보보는 여전히 세속적 성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부르주아와 닮았지만 자유와 진보, 자연과 창조를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헤미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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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체 게바라 상표가 붙은 미국산 포도주와 롤링 스톤스 노래로 시작되는 환경기업 마케팅. 그들은 혁명정신을 상품화시킬 줄 알며 진보적인 명분에서 이윤의 통로를 찾아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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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보보는 나름의 소득이 있어야 함은 물론, 세속적 성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에겐 쇼핑마저도 예술과 철학의 문제가 된다. 가재도구나 필수품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내구성과 예술적 안목이 깃든 제품이어야 한다. 칼 막스는 부르주아는 신성한 모든 것을 경박한 것으로 바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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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그러나 보보들은 경박한 모든 것을 신성한 것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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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다니엘 벨이 예견했던 부르주아의 향락과 사치, 자본주의의 종말은 기우에 불과했다. 보보는 건강과 환경, 정신주의와 평등주의를 내걸었다. 시골 사람들의 강인함과 절제력, 정신적 평화를 배우기 위해 고행에 찬 소울러시도 감행한다. 복종하지 않는 정통주의, ‘flexidoxy’란 표현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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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그들은 권위를 멀리 하고 자유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한편, 작은 공동체 안에서 정을 나누고 영적인 뿌리를 내리려 한다. 가령, 보보가 종교적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은 교리를 믿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 조직이 공동체와 정신적 안정을 이루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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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사실 보보들에겐 고민도 많고 약점도 많다. 사회정의를 꿈꾸면서도 르완다의 마을 하나를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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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세일즈맨의 죽음’을 마음깊이 간직하고 있지만, 세일즈 팀에게 성과를 재촉해야만 한다. 사적이고 지역적인 삶의 편안함을 즐기는 동안 국가통합이나 특유의 역사적 사명감을 잃어버린 경우도 많다. 보보들에게 사회참여, 정치적 리더쉽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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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이쯤에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보보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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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한국의 지배집단은 과연 어떠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최고만을 꿈꾸는 특권층은 ‘보보’이기보다는 ‘부르주아’에 가깝다. 전문지식과 정보를 갖춘 신흥 엘리트는 부르주아의 검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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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20대 80 사회’로 치닫는 부의 편중을 눈앞에 두고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아름다운 동거를 떠올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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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보헤미안이 인정받기에는 부르주아의 힘이 너무 강하고, 프롤레타리아 또한 너무 많은 우리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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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한국에서 보보로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한국의 방송 언론인들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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