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 “땡큐, 김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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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집회서 강연…“‘큰집’ 발언으로 방송장악 실체 공개”

“싸움은 치열하게 하고, 길게 보십시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MBC노조 조합원들 앞에 섰다. 그것도 ‘강사’ 자격으로. 그런데 KBS에서 ‘쫓겨난’ 그를 ‘경쟁사’ 직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이했다. 이 기묘한 상황을 정 전 사장은 “KBS 사장 출신이 적군 방송사의 심장부에 와서, 그것도 사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저항하는 노조와 사원들 앞에서 이야기 하다니, 신묘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의 파업이 12일째를 맞은 16일 오후, 정연주 전 사장이 특별 강연에 나섰다. “건물(MBC)에 들어서니 조인트가 얼얼하다”며 장난스럽게 운을 뗀 그는 10여 분간 종종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MBC노조의 파업을 의미를 역설했다.

“땡큐! 미스터 김우룡”

요즘 ‘땡큐, 미스터 유인촌’이란 말이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회피연아’ 동영상 제작자를 고소해 누리꾼들을 분노하게 한데 대한 조롱이다. 정 전 사장은 같은 맥락에서 “땡큐, 미스터 김우룡”이라고 말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큰집 쪼인트’ 발언을 해서 정권이 어떻게 방송장악을 했는지 생생하고 원색적으로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라는 게 참 기묘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진리를 전해준다”고 덧붙였다.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6일 파업중인 MBC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특별 강연을 했다. ⓒPD저널
역사의 역설(逆說)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그는 “최근 나오는 통계들을 보면 20대와 50대 이상은 거의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을 보여준다”며 “그 이유가 바로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에 있다”고 말했다.

“요새 강연을 하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정연주 사건’ 하면 복잡하데요. 회사 돈 1800억원 손해를 끼치고, 법원에서 조정을 하고… 복잡하답니다. 그런데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이건 너무나도 간단하다는 거예요. 김제동 〈스타골든벨〉에서 보고 싶은데 왜 잘라? 〈PD수첩〉이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게 뭐가 나쁘지? 미네르바는 왜 잡아가? 이런 간단한 사건들이 20대와 30대를 아주 쉽게 정치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MBC 사장 해볼 만하겠는데요”

방송 장악의 후유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대통령 기쁨조’(진중권)라는 조롱은 물론이요, 심지어 기자들은 극우논객인 조갑제씨로부터 ‘MB도우미’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정 전 사장은 “이런 시대에 MBC가 마지막 보루”라며 “잘 지켜 달라”고 거듭 응원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MBC가 무지 부럽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제가 KBS에 있을 땐 노조가 회사를 지키겠다, 사장을 지키겠다 이런 거 없었습니다. 저 자식 언제 쫓아내지 그것뿐이었어요. 지난번에 엄기영 전 사장을 만났는데, 제가 당신 정말 부럽다고 했어요. 든든한 노조 있지, 또 오늘 보니 보직부장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성명서를 냈잖아요. 회사의 시니어그룹들이 뜻을 같이 하는, 이런 회사에서 사장 하면 진짜 해볼 만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혹시 내가 MBC 사장이 되려고 운동하러 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KBS에 가서 마치지 못한 임기 15개월을 채울 것”이라며 “나를 쫓아낸 게 법을 위반한 것인 만큼, 내가 강제로 해임된 이후의 KBS는 불법체제다. 따라서 다시 정상화 시키는 방법은 내가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겠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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