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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 조선의 ‘광우병 촛불’ 보도 2라운드

본격적인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정부 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불어올 ‘노풍’에 대비해 오늘 있을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 발표에 집중하며 ‘북풍’을 준비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오늘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1면에 실린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김문수 후보의 선거광고였다. 광고에는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란 문구와 함께 천안함 순직 장병 49제에서 기도하는 후보 사진이 실렸다.

반면 <한겨레>의 36면 전면광고에는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밀짚모자를 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실려 대조를 이루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은 노무현 1주기와 관련한 특집 기사를 구성했지만 조중동 지면에서는 1주기와 관련된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조중동, 천안함 침몰원인 결과에 집중

▲ 2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오전 10시 국방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하토야마 일본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내일(20일)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때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 주말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된 어뢰 프로펠러는 추진축에 'XX1번'이라고 일련번호와 한글이 새겨져 있다”며 한글 ‘번’ 모양이 “북한 선전용 문구에 흔히 등장하는 활자체여서 누가 봐도 북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은 5면 기사에서 “군 당국은 북한의 상어급 소형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서해안의 잠수함 기지를 출항, 공해상으로 우회해 백령도 왼쪽으로 들어와 백령도 서북쪽으로 항해 중이던 천안함의 왼쪽에서 3km쯤 떨어진 수심 10m의 해역에서 어뢰 공격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1면 머리기사에서 “북한 어뢰의 결정적 근거는 합조단이 발견한 한글과 숫자가 조합된 표기”라며 “한글을 사용하는 국가가 한국과 북한밖에 더 있느냐.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것임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중앙은 “민·군 합조단은 이번 표기와 천안함 함체 등에서 검출된 옛 공산권 사용 화약성분 등을 근거로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20일 공식 발표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조선, 중앙보다 한발 더 나아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이 분명해짐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는 구체적인 대북 대응조치를 확정해 조만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부는 남한 영해에서 북한 선박 통과를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아에 따르면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동아는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오려면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우방국들과 함께 중국을 설득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는 사설에서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하다. 우리 군함이 북의 어뢰에 격침되고 장병 46명이 희생된 것은 중대한 국가적 안보 위기상황”이라며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도, 민주주의도, 정치도, 정당도, 선거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북한 감싸기”를 비판한 뒤 “안보를 ‘선거 장사’의 밑천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경향과 한겨레, “북풍으로 정책선거 실종 우려”

반면 <경향신문>은 조중동과 정부 여당이 ‘안보불감증’을 선거장사의 밑천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경향은 1면 기사에서 “공식선거 시작과 함께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20일) 등 ‘북풍’ 선거 흐름이 조성되면서 정책선거 실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은 “천암함 사고 조사발표 이후 안보 문제가 부각되고, 북한 책임 및 제재를 둘러싼 이념대결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각종 정책적 의제와 쟁점들이 실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인천에서 “북한 경비정이 인천 앞바다에 얼씬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상수 후보와 우리 모든 구청장 후보가 압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공교롭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 정부는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뒤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각종 대북 제재 조처 발표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선거판을 ‘북풍’ 영향권에 가둬두겠다 의도가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일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한나라당과 보수신문들은 이번 선거를 ‘김정일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세종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일자리 문제 등 유권자들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 이렇게 많은 적도 없었다. 천안함 사건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선거 쟁점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맛사지 브리핑’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천안함 사고 관련 전화통화 내용에 대한 청와대의 ‘마사지’ 의혹이 제기됐다. <경향신문> 3면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8일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제조사단의 조사활동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의 통화 관련 브리핑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백악관은 대신 “두 정상은 천안함 사건의 완전한 진상(full accounting)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에 따르기로 약속했다(committed to follow the facts)”고 설명했다.

경향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전적으로 지지한다’와 ‘완전한 진상조사가 중요하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내용”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 입장에 맞춰 확대해석해 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광우병 촛불’ 보도 2라운드

<조선일보>가 ‘광우병 촛불’ 보도가 왜곡됐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들에게 “정치적 공격”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조선은 14면에서 광우병국민대책위 전문가자문위원회 주최로 열린 19일 ‘촛불 2주년’ 토론회를 보도하며 “(토론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등 광우병 공포를 불러일으킨 2년 전 괴담들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 20일자 조선일보 14면 기사.

조선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희종 교수가 “미국 국내 소비용 쇠고기와 한국 수출용 쇠고기가 똑같고, 미국에서 지난 2006년 이후 인간 광우병은 물론 소 광우병도 발생하지 않은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이어 “광우병 공포를 부추겼던 주역들과 매체들은 그들이 외쳤던 ‘광우병 대재앙’은 어디갔는지에 대한 핵심 의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객관적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적 공격’만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선거 개입 방송’ 논란

KBS가 이번 주말 ‘천안함’과 ‘서해교전’ 특집방송을 긴급 편성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0면 기사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KBS가 선거중립을 포기하고 노골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북풍 여론몰이’에 동원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10면 기사.

19일 KB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생방송 심야토론>(22일)과 프로그램(23일)이 각각 ‘천안함 특별기획’과 ‘서해교전 특집방송’으로 대체 편성된다. 경향에 따르면 이제헌 KBS스페셜 책임PD는 “(윗선으로부터) 라인을 통해 제작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방영시간도 일요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로 결정됐다.

KBS 강선규 홍보팀장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향후 남북관계 국제정세를 짚어보기 위해 심야토론을 기획한 것이고 스페셜 프로그램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공존 방안에 대한 점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김재우 신임 방문진 이사장 선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새 이사장으로 김재우(66)씨를 선출했다. <국민일보>는 21면 기사에서 “김 신임 이사장은 MBC란 파이를 더욱 키워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에 따르면 김 신임 이사장은 “십년 전부터 MBC에는 어마어마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며 MBC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삼성물산 본부장, 벽산 대표이사 등을 거친 전문 경영인으로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MBC 구조조정에 대해 김 이사장은 “손가락이 독사에 물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느냐”면서 “위기는 곧 생존의 문제다. MBC 구성원들이 대화를 통해 올바르게 인식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익 재미 동시 사냥… ‘착한 예능’ 성적표는?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봄 개편을 통해 선정성을 배제하고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한국일보>는 31면 기사에서 이러한 공익 오락프로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평가했다.

이번에 신설된 ‘해피버스데이’(월요일 밤 11시 5분)는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로 “대한민국이 출산율 1위 국가가 되는 그날까지”를 모토로 삼은 캠페인성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해피버스데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며 “시청자 게시판엔 공영방송다운 적절한 편성이라는 목소리와, 재미가 없다는 글들이 함께 올라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예능 프로그램의 공익성 추구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섣부른 공익성의 가미가 재미라는 예능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방송계에선 ‘신선도가 떨어진다’ ‘예능마저 정부 시책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 20일자 조선일보 14면 기사.
구글, 머독에 항복?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Google)’과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간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둘러싸고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가 “구글은 앞으로 신문사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지원하겠다”며 사실상 머독에게 무릎을 꿇었다.

<조선일보>는 14면 기사에서 슈미트 CEO의 말을 인용,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포함, 주요 신문사의 소유주들과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신문 구독 모델을 구글이 돕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독 회장은 전부터 “아무도 구글에 공짜로 온라인 기사를 검색해 네티즌에게 보여주라고 허락한 적이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을 갖고 있었다. 구글은 머독 회장에게 “검색 결과로 뜬 신문사 기사들은 합법적인 콘텐츠”라며 “만약 검색 결과에 자사의 기사가 있는 게 싫다면 간단하게 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머독 회장은 뉴스코프 계열 30여개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를 올 하반기부터 모두 유료화하고 구글 검색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나 인민일보 등 다른 신문사들이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선언하며 머독의 노선에 동참했다.

조선은 “슈미트 CEO가 머독 회장과는 이제 ‘평화로운 관계’라며 신문사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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