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중동’ 믿다 낭패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간신문 리뷰] 6월14일∼6월19일

6.2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두고 한창 진행되던 여권 쇄신논의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월드컵이라는 변수가 첫 번째인데,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향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여권쇄신의 칼을 빼들 필요는 없지요. 한국대표팀이 선전하면 할수록 여권 입장에서 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 될 일은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가 오히려 정권 입장에선 그렇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진 않습니다. ‘월드컵 올인 체제’로 가려면 방송3사가 일제히 월드컵만 내보내야 하는데, SBS 단독중계만으로는 이런 분위기 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겐 득이 된 셈이지만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재미’를 본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하네요.

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영향권’에서 벗어나라

각설하고. 월드컵 이외의 다른 변수는 바로 참여연대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미리 말씀 드리면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 문제를 조중동과 보수단체 입장에 부응하는 쪽으로 갈 경우 역풍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 조선일보 6월17일자 6면.
‘참여연대 죽이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건 이제 사람들 사이에 ‘상식’이 됐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색깔론을 통한 진보진영 옥죄기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국면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방식에서만 가능했던 일입니다. 신문이 아닌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하는 20∼30대들은 ‘조중동식 시민단체 죽이기’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6·2 지방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나요. 한나라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조중동의 지면을 보지 말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길 부탁드립니다.

참여연대에 대한 ‘마녀사냥’을 두고 많은 언론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이니 반국가적 행위니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는 참여연대의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를 통한 정국돌파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번 주 내내 보수언론이 운을 띄우고 정부 여당이 여기에 부응하고, 고엽제 전우회 같은 보수단체들이 가스통을 들고 ‘행동대원’으로 나서는 행태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러시아 대통령 “한 가지 해석만 받아들이면 안된다”

천안함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국제공조가 생각만큼 그렇게 잘 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 정부마저도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유엔에서의 대북제재 수위가 애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조사결과와 외교적 압박이 조금 성급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경향신문 6월19일자 1면.
참여연대에 대한 보수신문의 집요한 공격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의 외교적 실패를 참여연대에 떠넘기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 애초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제공조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마치 참여연대 보고서 때문에 무산됐다는 식으로 몰고 가려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는 겁니다.

사실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와 보수언론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상식이하입니다.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답’이고 그 이외의 문제제기는 모두 이적행위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만 해도 지난 18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한 가지 해석만이 폭넓게 나돌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건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당연한(!) 얘기입니다.

가스통 들고 위협하는 세력, 누가 신뢰할까

민군 합동조사단은 정답이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모두 이적행위일까요. 조중동은 이번 주 내내 ‘그런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초반 참여연대 서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외교통상부가 조중동의 참여연대에 대한 집중 공격 뒤 참여연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이런 현상이 우려가 되네요.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참패하게 만들었던 조중동이 이제 다시 여권과 한나라당을 ‘사지’로 몰고가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 한겨레 6월18일자 9면.
특히 참여연대 앞에서 가스통 들고 직원들을 위협한 고엽제 전우회 같은 ‘보수단체’들의 행동을 정부 여당과 조중동이 묵인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가 결국 20∼30대 젊은 층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4대강과 관련해서도 조선과 중앙은 4대강 유역 자치단체장들의 찬성비율이 높다는 걸 지면에 계속 실으면서 ‘분위기를 띄우려’ 하고 있는데, 그 지역 민심들도 찬성을 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론조사가 가진 문제점이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그대로 불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조선과 중앙은 아직도(!) 여론조사를 맹신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또 한번 크게 낭패를 보는 건 아닐지 걱정이네요. 정부와 한나라당이 하루 빨리 조중동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