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김덕재 제23대 한국PD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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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갔습니다. 작년 이맘때 김영희 전 회장이 이임사할 때 부러웠습니다. 다른 것보다 저는 취임사를 적어 와서 읽을 준비를 했는데, 김영희 회장은 그냥 나가서도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더군요. ‘나도 1년 후에는 이임사는 종이에 적지 말고 그냥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웃음)

1년이 빠르게 간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지루하게 간 것 같기도 합니다. 연합회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꿈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앞의 회장들보다는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자만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막상 해보니 그건 아니더군요. 저보다 먼저 PD연합회 이끌어왔던 회장단과 구성원인 PD 여러분을 위해 제가 해야 될 몫이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PD연합회를) 더 발전시키거나 PD들 기세를 더 높이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니 겨우 PD연합회를 유지하고 망하지 않게 하는 수준에서 끌고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종 사업들도 축소됐고, PD들은 여기저기서 쫓겨나 분을 삭이지 못해 밤거리를 전전하면서 술자리만 돌아다니는 1년이었습니다. MBC, KBS PD들 모두 벌떼같이 일어나 회사를, 또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PD연합회가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전부터 해오던 역할들이라도 충실히 하며, PD연합회가 더 이상 쪼그라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1년을 보냈습니다.

지금쯤 되면 시원섭섭하다는데, 저는 시원하지가 않네요. 제가 생각했던, 취임하자마자 연합회 직원들을 모아놓고 큰소리쳤던 것들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게 못내 서운할 따름입니다. 이제 그 막중한 임무를 이창섭 회장에게 넘겨드립니다. 저는 부족하고, 그동안 PD연합회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저는 믿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PD연합회가 전체 PD들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인 국민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찾아내 더 열심히 하고, 방송 전체의 최전선에 PD연합회가 서서 힘차게 이 길을 걸어 나갈 수 있다고 의심치 않습니다.

같이 고생한 운영위원들, 물심양면 도와준 여러 내빈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다시 KBS 일개 PD로 돌아가지만 PD연합회를 위해 그동안 못 다했던 것들 뒤에서나마 돕겠습니다. 말씀 드리며 생각해보니 시원하기도 하네요.(웃음)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1년 동안 저를 따라오느라 고생한 집행부와 연합회 전임자, PD저널 식구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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