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거대담론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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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16회 통일언론상 대상 EBS ‘지식채널e’ 김한중 PD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통일 문제는 언론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가끔 신문·방송을 장식하는 북한 관련 뉴스는 3대 세습, 6자 회담 등 ‘굵직한’ 소식뿐이다.

김한중 PD는 “북한 관련 보도들은 너무 거대담론에 국한돼 있다”며 “사소한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눈을 낮추면 생활에 밀착한 주제들이 많다. 통일이 내 삶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피부에 와 닿게 다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6회 통일언론상 대상으로 선정된 <지식채널e> 4편도 모두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품들이다. 통일이 됐을 때 겪게 될 문제들, 분단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식채널e>는 담담하게 소개했다.

▲ 김한중 EBS PD ⓒPD저널
지난해 10월 방송된 ‘저는 북한사람입니다’는 탈북 청소년 이야기를 다뤘다. 이들이 북한동요를 부르는 공연 장면을 삽입한 이 작품은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말투를 쓰는 열여덟살 소년은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도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달라”며 우리 안의 편견을 건드린다.

통일을 대비한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김한중 PD는 “탈북자를 통해 청소년 교육이나 언어문제 등 통일된 사회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데, 지금은 소수여서 그런지 너무 관심이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언론의 탈북자 보도는 범죄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대다수인데, 이렇게 이질적인 것만 키우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북한 학자들이 참여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조명한 ‘통일합시다’ 편도 마찬가지. <지식채널e>는 분단이 60년 이상 지속되면서 점점 달라지는 말과 글을 하나로 모아 통일을 준비하는 학자들의 치열한 토론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최근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위기를 맞았다. 김한중 PD는 “학자들은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1년에 4번씩 만나 우리말의 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토론해 왔다”며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경색됐다고 해서 모든 게 중지돼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PD저널
김한중 PD는 “통일은 조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교재처럼 활용되고 있는 <지식채널e>는 더욱 그래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PD는 “아이들에게 통일이나 탈북자에 대한 첫 인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며 “그들에게는 통일이 당장 자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본인의 일로 받아들일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소신과 달리 통일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냉랭하다. 단적으로 올해 통일언론상 출품작은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분위기가 경직되다 보니 북한관련 보도는 자칫 이념문제로 비화되거나, 외압에 시달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보도를 안 하는 자기검열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중 PD는 끝으로 “<지식채널e>가 통일언론상 대상을 수상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왕이면 통일 문제만 꾸준히 다루는 레귤러 프로그램이 상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굳이 <지식채널e> 뿐 아니라 유력매체에서 정치적 관점을 떠나 민족적인 관점에서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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