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방송비평이 윤리적 비평에만 그치고 심층적인 분석이 떨어져 일선 PD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모니터링에 따르면 시사다큐의 경우 △자극적이고 연성화 된 소재가 늘어나고 있고 △제작진이 이미 도출해 놓은 결론을 향해 가는 듯한 작위적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안제시 및 해결 방안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복편성 및 편성포기로 시청권 박탈되고 있고 △이미 아는 문제점을 나열하는 안일한 제작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스페셜다큐의 경우 △시청률을 의식해 시청자가 선호하는 주제만 시리즈로 제작하는 경향을 보였고 △가족만 부르짖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휴먼다큐는 △당사자 입장 대변보다는 동정심을 자극하는데 집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지상파에 요구되는 공공성은 의무이며 자부심”이라며 “더욱 더 펜을 갈고 닦아 사회를 향해 외치는 청명한 목소리를 시청자가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비평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현업 PD들은 날선 비판을 했다. 공용철 <KBS스페셜> PD는 “어느 단체가 하나 방송모니터는 거의 비슷하고 10년 전 얘기나 지금 얘기나 달라진 내용이 없다”며 “(현직 PD들은) 시민단체에서 방송 모니터 하는 것에 대해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비평의 깊이가 낮아 일선 PD에겐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 PD는 “오늘 나온 비평처럼 다큐는 공익성이 높고 오락은 저질로 몰고 가는 데에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방송은 기본적으로 대중매체여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중심시간대에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성만 <SBS스페셜> PD 또한 “비평이 공허했다”고 답했다.
방송사 PD 출신인 윤동혁 푸른별영상 대표는 “방송국은 하나의 백화점이 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큐의 주변화나 방송의 공공성 후퇴 같은 문제에 대해 “시청자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한 연예 오락 중심 방송에서 다큐가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한 뒤 “시청자단체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한 부탁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원용진 교수(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도 이날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비평이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원 교수는 “오늘 상당부분 윤리적 비평이 많았다. 이 경우 사회의 위생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이어 “때로는 뉴스보다 예능이 가치 있을 때도 있다”며 “윤리비평을 떠나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 조언했다. 원 교수는 또 “방송비평의 대상을 정할 때 (비판)조준을 어디에 할 것인가 고민해야한다”며 “PD와 시청자단체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PD들은 시청자단체가 제작현실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에서 심층적인 비판을 해주기를 부탁했다. 공용철 PD는 “다큐가 너무 많은 게 오늘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명품 다큐로 유명한 BBC의 경우 취재물이 있을 때만 편성되는 반면 한국은 위클리 편성 개념이라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만 PD는 “PD들은 늘 좋은 프로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밝힌 뒤 “시청자단체가 심층적인 비판과 함께 제작자를 격려해 줄 수 있는 역할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