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 권하는 공연 프로도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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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봉근 MBC에브리원 ‘수요예술무대’ PD

늦은 밤, 낯설지만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던 그때 그 프로그램이 돌아왔다. 2005년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던 MBC <수요예술무대>가 지난 10월 케이블 채널(MBC 에브리원, 수요일 오후 10시)을 통해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수요예술무대>의 귀환이 더욱 뜻 깊은 건 13년 동안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한봉근 PD가 다시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 PD 뿐 아니라 무대감독, 오디오감독, 조명감독, 작가 등 10년 이상 함께한 스태프들도 함께 복귀했다.

▲ 새롭게 출발한 <수요예술무대> 첫 회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MC 이루마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MBC에브리원
그의 말마따나 “MC 빼곤 모두 그대로다.” <수요예술무대>의 새 ‘얼굴’에는 이루마와 바비킴이 낙점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고 아티스트로 성장한 두 사람”은 흔쾌히 MC를 수락했다. 어색하지만 꾸밈없는 두 남자는 전 MC 김광민-이현우를 떠올리게 한다.

“모범생 같은 이루마와 문제아 분위기를 풍기는 바비킴의 호흡이 조화로워요. 이루마가 정리하는 쪽이라면, 바비킴은 엉뚱한 질문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리죠. 우리 프로그램은 심각하고 집중해 들어야하는 음악이 많은데, MC들이 공연 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5년만의 부활은 MBC플러스미디어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아이돌이 대세인 지금,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뜻에 한봉근 PD도 공감했고, 마침 MBC (편성제작국 외주제작부)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한 PD는 연출을 수락했다.

▲ 한봉근 MBC PD ⓒPD저널
하지만 제작환경은 예전보다 녹록치 않았다. 음반시장이 침체되면서 한국을 찾는 해외 아티스트도 줄었다. 그들이 먼저 입국 전부터 출연 요청을 하던 5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매체 경쟁력이 약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다는 것도 한계로 작용했다. “해외 아티스트는 보통 TV에 한 번만 출연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시청률이 더 높은 지상파 방송을 선호하죠. 섭외를 위해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첫 방송 이후 <수요예술무대>를 다녀간 해외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최연소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윤디리, ‘샹송의 여왕’ 파트리샤 카스 등이 무대에 섰다.

비결은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작방식. 한봉근 PD는 “<수요예술무대>는 녹화일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출연자에 맞춰 일정을 잡는다”며 “그래서 좋은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수요예술무대>의 출연자 선정은 까다롭다. 특히 클래식, 재즈 같이 대중에게 낯선 장르는 최고의 아티스트를 고집한다. 한 PD는 “어려운 음악은 어설프게 접근하면 아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한다”고 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PD 경력 대부분을 음악 프로그램 연출로 보낸 한봉근 PD는 “음악 프로그램은 대중성과 함께 교양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어 모르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동안 좋은 음악을 엄선해 방송에서 들려주려는 시도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한 PD는 <수요예술무대>가 입지를 다지면 MBC 지상파 채널 방송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여행 라라라>가 폐지되면서 MBC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겼다. 앞으로 심야 방송시간이 확대되면, 늦은 시간이라도 <수요예술무대>가 방송되도록 하고 싶다. 그럼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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