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여당, 조중동 종편에 ‘올인’한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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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강행처리·미디어렙 무법상태 방치 시도

가히 종편(종합편성채널)의, 종편에 의한, 종편을 위한 6월이라 할 만하다.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종편채널이 내달께 먹을거리(광고) 확보를 위한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이들에 유리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종편 먹을거리 확보=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 이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법안소위)에서 자유선진당과 함께 현행 2500원인 KBS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하는 안을 강행 처리했다.

강행 처리 하루만인 21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당은 야당 의원의 질문권 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시하고, 향후 수신료 인상안 등 방송관련 법안을 여야 간사 협의 속에 충분히 논의해 처리키로 했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안이 도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수신료 인상안은 미디어렙과 함께 6월 국회의 주요 현안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물가대란, 등록금대란 등 서민경제가 날로 피폐해지는 상황 속 사실상 준조세와 마찬가지인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여야 모두 부담일 수밖에 없고, 언론·시민단체들도 수신료 인상 자체를 반대해온 터라, 국회 안팎에선 기습 강행 처리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때문에 여당이 하루만에 유감을 표시하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법안소위에서 민주당과의 몸싸움까지 감수하며 수신료 인상안 강행 처리를 시도했던 것을 두고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미디어렙 법안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KBS 수신료 인상이 종편채널의 광고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분이다. KBS는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하되 2TV 광고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분만큼 KBS는 상업광고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방위가 지난 4월 수신료 인상안을 법안소위에 넘기기 전 개최한 공청회에서 “1000원을 올리더라도 KBS 입장에선 상업광고가 줄어들고, 그만큼 종편채널이나 신문사 쪽의 광고재원으로 활용될 것”(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과 함께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1000원(40%) 인상하는 안을 강행처리한 것에 항의하며 민주당이 21일 오전 문방위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종편 직접 광고영업 길 만들기= 6월 국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돼 온 미디어렙 입법화를 막거나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당은 6월 국회 개회 이전부터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를 강조해왔다. 법안소위에서의 수신료 강행 처리로 국회가 급속도로 냉각된 21일에도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6월 국회 중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처리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은 현재까지도 경쟁유형을 등 미디어렙의 주요 내용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종편채널을 미디어렙에 지정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견이 없다.

더구나 현행 방송법은 유료방송인 케이블TV의 광고판매를 미디어렙에 위탁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종편채널은 케이블TV를 플랫폼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행법대로라면 종편채널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데 제약이 없다. 6월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접점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당은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앞서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부터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때문에 일련의 상황을 두고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미디어렙 논의 자체를 실종시키려 여당이 고도의 정치적 꼼수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의 수신료 인상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단체, 소송·낙선운동 경고= 이런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0일 종편·보도채널 대표자들과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정식집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과 종편·보도채널 대표자들은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 광고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종편채널의 한 대표자는 최 위원장에게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으며, 최 위원장은 그동안과 다를 바 없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업무보고 당시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미디어렙 법안은 국회의 소관이라는 전제와 함께 “현행 방송법대로 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또 지난 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현행 방송법에서 종편채널은 자유로운 광고영업을 하도록 돼 있다”며 “종편채널이 얻는 자유를 제약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이 여당에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관철할 것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진행한 결의대회에서 “방통위원장이 여당 문방위원들과 만나 조·중·동 종편채널의 광고 직접영업을 보장하는 내용과 관련해선 절대 (야당과) 타협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여당과 방통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언론·시민단체는 정부·여당이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 미디어렙 무법 상태 방치 등 종편채널의 먹을거리 마련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행태를 계속하고, 민주당 등 야당이 이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할 경우 법정소송뿐 아니라 낙선운동 등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여당이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 기도를 고수할 경우 효력정지가처분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 역시 “여당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거나 민주당이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할 경우 19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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