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누구를 위해 ‘이승만’은 방송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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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어이, 마침내 방송됐다. KBS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 대통령 이승만> 3부작(이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논란 끝에 지난 9월 28일~30일 3일 간에 걸쳐 전파를 탔다. 국민의 수신료가 주요한 재원인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에서 방영된 이번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방송은 왜 하는가? 방송은 누가 하는가? 방송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방송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왜 기획됐고 방송됐는지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찌됐건 이 방송은 누군가에 의해서 어떻게 방송돼야하는지 기획단계에서 결정됐고, 결국 기획의도에 충실한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언론계에, 방송계에서 밥을 벌어먹는 우리가 이 사태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이 방송에 대해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사학과)는 이렇게 말했다.

“이승만의 행적을 꾸미고 포장해 긍정적으로 부각시키고, 비판받아 온 부분은 교묘하게 변명하고 객관적 균형을 갖춘 듯 했지만 구색에 지나지 않았다. 주관적 의견과 우호적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내세웠다. 이승만은 4·19 항쟁이라는 거대한 국민 저항으로 겨우 목숨만 부재한 채 축출된 독재자일 뿐이다. 4·19 항쟁은 정부 수립 후 오로지 자신의 권좌 유지를 위해 국가와 역사를 파탄 낸 범죄적 행동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4월 혁명 참가자 등으로 구성된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국가와 역사를 파탄낸 범죄적 행동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방송 전에  KBS에 전달했지만 이는 철저히 배제됐다. 이들은 방송 이후 “제주 4·3과 여순사건 등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책임 문제 등에 대해 언급이나 내용이 전혀 없었고, 이승만의 긍정적 요인만을 사료적 역사적 검증없이 무비판적으로 방송해 ‘해방공간의 역사를 승리자의 입장에서 사후적으로 기술해, 결과적으로 이승만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 쓴소리를 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54년 사사오입 개헌을 삼선개헌이라 표현했는데, 삼선개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9년 개헌을 가리키는 용어로 전문가의 고증을 거쳤는지 의문”이라며 “잘못된 사실과 왜곡된 해석 등을 바로잡으려면 논문 한편 써야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이승만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평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언급됐다며 김명섭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말을 인용해 ”이번 다큐멘터리가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보도했다. 인용한 비판과 찬성의 비율에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나 어찌하랴? 아무리 찾아도 긍정적 평가를 찾을 수 없다. 누구든 이 방송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이, 있으면 말을 하라. 제발! 누구를 위해 ‘이승만’은 방송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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