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A에서 ‘그리워서’까지
상태바
ABBA에서 ‘그리워서’까지
[이주환 PD의 음악다방]
  • 이주환 OBS PD
  • 승인 2011.12.05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환 OBS PD
ABBA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OBS에 근무하고 있는 이주환PD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PD블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대중음악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나름 가수라고 앨범을 여러 장 냈기 때문입니다. 가수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출연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히트곡이라고 부를만한 노래 역시 한 곡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곡을 발표했지만요.

이런 제가 가수의 꿈을 키웠던 것은 고등학교 때이지만, 본격적으로 음반을 준비하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평화방송) 입사 직전 뉴질랜드에서 생활할 때입니다. 당시에 아르바이트로 양털이불 가게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때 즐겨 들었던 게 바로 세계적인 그룹 ‘아바’(ABBA)의 노래였지요.

‘아바’는 1973년에 데뷔한 혼성그룹으로, 그들의 노래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라고 부를만한 곡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1년 정도 머물렀던 뉴질랜드에서도 ‘아바’의 인기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때 저도 앞으로 ‘아바’처럼 세월이 흘러도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특히 타향살이에 지쳐있던 제게 ‘아바’의 ‘댄싱퀸’(Dancing Queen)과 ‘워터루’(Waterloo)는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줬는데요. 이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역시나 좋습니다.

▲ ABBA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당시 ‘아바’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선 말랑말랑하면서도 중독적인 멜로디가 주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쉬운 노랫말 가사의 의미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후렴구의 쉬운 멜로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뉴질랜드에서의 추억을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당시 2003년 뉴질랜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은 <오스트레일리아 아이돌>입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이 원조이고, 같은 포맷의 호주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날 한국에서도 <슈퍼스타K>를 비롯해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이때의 추억을 떠올려서 제가 만들었던 프로그램이 평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아가페소울의 멤버를 찾아라>(2006년)라는 프로그램입니다. 포맷은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하지만, 라디오라는 매체에서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던 듯합니다. 당시 제가 가졌던 계획은 나름 꽤 거창했는데, 오디션을 통해서 뽑은 멤버들의 음반 발매부터 홍보까지 방송국이 책임지고 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계획을 다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제90회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하며 동료PD분들에게 기획력을 인정받았던, 제게 있어선 굉장히 기분 좋은 프로젝트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PD라는 직업과는 별개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을 제작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결과 제 공식적인 대중음악 데뷔곡인 ‘파스텔블루-그리워서’라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워서’는 제게 있어 칭찬보다 ‘PD라는 자가 가수도 한다더라’는 비판적인 말들을 더 많이 안겨준 작품이 됐습니다.

그 배경엔 ‘그리워서’가 예상치 못하게 온라인 배경음악차트 1위에 오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음악에서도 역시 ‘입소문’이 정말 무섭다는 것과, 동시에 방송이 음악 홍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굳이 방송 홍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 방문을 통해 입소문이 나는 게 가능한 배경음악차트의 특성상 ‘파스텔블루’라는, 인지도가 전혀 없는 신인가수의 음악이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신인상까지도 수상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는 얘기입니다.

 

▲ 이주환 OBS PD
여전히 방송홍보를 할 여건은 되지 않아 ‘그리워서’라는 음악만이 알려질 뿐, ‘파스텔블루’가 후속작을 발표하기엔 현실은 냉혹하고 차가웠습니다.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고, 온라인 음악차트가 활성화하는 등 홍보의 채널은 다양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내가수의 음악 홍보를 위해선 방송이나 언론사의 힘을 빌지 않고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