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존립명분을 상실한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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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존립명분을 상실한 방송통신위원회
  • PD저널
  • 승인 2011.12.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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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기업 광고책임자들을 불러 광고비 지출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비록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종편채널을 지원하기 위한 압력이라는 의혹이 짙어 보인다.

현재 방송계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미디어렙 법안 제정에는 나 몰라라는 태도를 고수하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느닷없이 광고비 집행을 늘리라고 독려하는 것은 실상 종편채널을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국 이래 일반 케이블 채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0%대의 시청률에 머무는 실패작으로 판명난 종편채널에 대해 대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을 주저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런 혐의는 더욱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그동안 방통위가 보여준 친(親)종편적 행태들은 이루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KBS 2TV, MBC, SBS 등 지상파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의무재전송의 지위 부여, 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을 통한 황금채널 할당 등 방통위가 주도한 일련의 종편채널 정책들은 공공성의 원칙은 물론 시장 원칙에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특혜에 다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미디어렙법 제정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종편사업자들의 약탈적 광고 영업을 방치하고, 이로 인해 한국 방송의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되면 과연 방통위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방송통신 정책의 주무 부처인지, 아니면 종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사익적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MB정권 4년 동안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기관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정권의 이익에만 복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며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방통위에 대해 우리는 이제 기관의 존립 명분을 다시 물어야 한다.

방통위는 결코 자의적이고 무제한의 결정권을 부여받은 절대 권력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 조직일 따름이다. 따라서 방통위의 권한 행사는 어디까지나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공공성의 원칙을 실현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최시중 체제 하의 방송통신 정책들이 이러한 대원칙을 벗어난 권한 행사였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권력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내년 총선의 쟁점 이슈화 및 국회 청문회 추진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제라도 최시중 위원장과 방통위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본연의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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