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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chat&책]

지난 2011년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많이 사랑받았던 한 해였다. 스토리, 캐릭터, 구조, 호흡 등등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를 볼 때 소설과 영화는 꽤 닮은 형제임이 분명하다.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평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영화가 더 낫더라, 원작만한 영화가 없더라 등등. 영화화된 소설들 중에 꼭 챙겨보라고 권유하고픈 원작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세 작품을 골라보았다.

# 트레인스포팅 / 어빈 웰시

어느 시대나 당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청춘영화들이 있다. <트레인스포팅>은 1990년대 청춘영화의 대표선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 뒤에는 두툼하고도 꽉 찬 원작소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스트셀러의 판매량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유럽에서는 엄청난 부수가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였다.

책의 두께는 물론 등장하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방대하다. 당연히 100분짜리 필름으로는 책의 절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이기 팝의 ‘러스트 포 라이트’(Lust for Life)를 필두로, 영화의 OST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책에도 많은 음악이 등장한다. 펄떡펄떡 살아 날뛰는 젊음의 에너지와 그 에너지만큼의 절망과 우울, 비행이 책장마다 넘실거리는 책.

▲ 트레인스포팅, 철도원, 깊은슬픔 <사진 왼쪽부터>
# 철도원 / 아사다 지로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이 책은 영화 <철도원>의 원작소설로만 알려져 있다.

사실 <철도원>은 8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단편집의 표제작이면서 제일 앞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크기로 보자면 <철도원>이 발군이지만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하고픈 작품은 두 번째 단편인 <러브레터>이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 영화 <파이란>의 원작소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토리는 비슷하다. 소설 역시 한 가련한 여인과 비루한 사내의 순정과 엇갈림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본 뒤에 소설을 읽어서 스토리를 알고 있었음에도 참 많이 울었다.

그 뿐인가? 단편들 중 <츠노하즈에서>와 <백중맞이>라는 작품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8편 중 무려 4편이 영상화된 전설 같은 단편소설집. PD님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세요.

# 깊은 슬픔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로 명실공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신경숙. 1985년에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그녀는 <겨울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등 두 권의 단편소설집을 내며 탄탄한 실력을 다져왔다. 그리고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인 1994년 그녀의 첫 장편소설을 출간하는데 그것이 바로 <깊은 슬픔>이다.

이 작품이 언제 영화화 되었냐고? 1997년에 강수연, 김승우 주연의 영화로 선보였으나 흥행은 참패. 이 책에는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이루는 많은 요소들이 막 피려는 봉오리의 형태로 꽃밭을 이루고 있다.

▲ 이재익 SBS PD·소설가
특히 그녀 특유의 애잔한 감성이 곳곳에 진한 향기를 뿌린다. 이제는 대가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그녀의 풋풋한 문장을 음미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참으로 깊고 슬픈 소설이다.

영화는 어떠냐고? 나도 안 봐서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영화의 감독이 얼마 전 자살한 고(故) 곽지균(본명은 곽정균)감독이라는 점은 언급하고 싶다.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문순태의 <걸어서 하늘까지> 등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고 대종상 감독상까지 받았던 감독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일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깊은 슬픔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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