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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무죄 확정판결이 나면서 언론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은 2008년 8월 검찰에 의해 배임죄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KBS와 국세청은 법인세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KBS는 1심에서 승소를 했지만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합의를 했다.

감사원은 이를 이유로 ‘부실경영’을 문제 삼아 KBS이사회에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검찰 또한 배임죄로 정 전 사장을 기소해 3년 6개월 동안 관련 재판이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은 “법원 조정을 받아들인 것을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없다”며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2008년 8월 8일이었다. KBS이사회가 열린 이날, 이사회 호위에 동원된 경찰 병력은 KBS  복도와 계단까지 점령했고, 정연주 사장은 축출당했다. 상식이 전복되는 순간이었다. KBS의 굴종의 역사는 또다시 그렇게 시작됐다.

정 전 사장은 12일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대국민 사과와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요즘 이들의 이름 부르기가 유행이다. 이들과 함께 정 전 사장 해임에 찬성한 당시 KBS이사들의 이름도 함께 거론된다. 기억투쟁의 양상이다. 그들의 이름이 역사에 새겨지고 있다.

책임을 지겠다던 책임자들은 말을 뒤집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책임을 지겠다고 국회에서 두 번씩이나 공언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며칠 전 국회에서 딴전을 피웠다.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법부 결론에 대해서는 축하를 보낸다.” 그러면서 “책임지겠다는 말은 했지만 그게 (본인의)사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어느 누리꾼이 이런 말을 했다. “죽도록 두들겨 팼는데 안 죽고 살아났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안 죽었으니 축하한다. 그런데 죽도록 팬 것에 대해서는 책임 못 지겠다. 그런 말이 아니냐”고.

정연주의 무죄는 검사들의 유죄다. 해임을 찬성한 KBS이사들의 유죄다. 최시중의 유죄다. 그리고 MB의 유죄다. 유죄는 그 죄의 값을 치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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