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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29일 종영…무거운 캐릭터에 극적 요소 부족

김병욱 사단의 세 번째 〈하이킥〉 시리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연출 김병욱, 이하 〈하이킥3〉)이 막을 내린다. 시트콤의 ‘페이크 다큐’화를 통해 사회의 욕망을 풍자하고 극중 인물의 감성을 현실에 녹이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3〉는 “몰락한 이들이 희망을 위해 도전하며 깨지는 이야기”(김병욱)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시청자는 예전만큼 웃지 못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의 전편을 시청한 직장인 신종수(29)씨는 요즘 〈하이킥3〉를 드문드문 보고 있다. 신 씨는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트콤계의 센세이션이었고 〈지붕뚫고 하이킥〉은 매력 있는 캐릭터 속에 매회 다음 회가 궁금했지만 〈하이킥3〉는 스토리도 지지부진하고 캐릭터의 매력도 떨어진다”고 평했다. 신씨는 “〈하이킥3〉 출연진 중 눈에 띄는 건 박하선 뿐”이라고 말했다.

신 씨와 같은 ‘김병욱 시트콤 충성 층’의 변심은 수치로 드러났다. 29일 마지막회를 예고한 〈하이킥3〉는 평균 시청률 13%(AGB닐슨 제공, 수도권 기준 3월 23일 방송분까지)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전작인 〈거침없이…〉가 평균 16.1%, 〈지붕 뚫고…〉가 평균 18.7%를 기록한 것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시트콤의 일반 시청률에 비춰보면 〈하이킥3〉역시 성공한 축에 속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MBC
〈하이킥3〉는 스포츠 생중계와 MBC노조의 파업 등으로 잦은 결방을 겪었다. 특히 노조의 파업으로 베테랑 제작인력이 대거 하차하며 지난 2월에는 일주일 간 스페셜 편으로 대체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결방보다 더한 위기는 내용에서 나왔다. 김교석 드라마평론가는 “〈하이킥3〉는 이전 시리즈보다 갈등이 줄어들어 스토리가 밋밋해졌고 웃음 요소였던 3대 세대 간의 갈등 역시 사라졌다. 인물 간 관계에는 기승전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하이킥3〉는 이전 시리즈와 유사한 서사구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특이한 집 구조(봉, 개구멍, 동굴) △교사와 의사의 등장(서민정 이순재, 이현경 이지훈, 박하선 윤계상 등) △무능력하고 철없는 가장(이준하, 정보석, 안내상) △삼촌-조카 삼각관계(이민용 이윤호 서민정, 이지훈 이준혁 신세경, 윤계상 안종석 김지원) 등의 유사점이 있었지만 동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 외에는 이전 시리즈와 차별적인 서사를 읽기 어려웠다.

물론 〈하이킥3〉는 전작보다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다. 김지원네 가족을 통해 가부장적 남성과 혈연관계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구성을 선보였고,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시리즈 전반의 콘셉트 역시 흥미를 끌었다. 특히 어둠 속 동굴은 이질적이던 집과 집을 연결하고 인물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되며 제 몫을 했다. 또 박하선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도 발견했고, ‘뿌잉뿌잉’ ‘농담입니다’ ‘확 마’ 같은 유행어도 나왔다.

그러나 주인공 격인 윤계상·김지원의 애매한 애정관계를 비롯해 부도와 미취업 등 무거운 사회적 소재를 웃음으로 소화하지 못한 결과 재미가 반감됐다. 윤계상과 김지원은 도덕성을 갖춘 명문대 출신 의사와 전교1등 여고생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변주가 가능했지만 둘의 관계는 책을 빌려주고 놀이공원에 다니는 ‘멘토-멘티’ 수준에 그치며 애틋한 애정이 그려지지 않았다. 박하선과 윤지석의 연애 역시 달콤하고 애틋했던 과거의 로맨스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다.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MBC

안내상과 백진희는 한국사회 중산층의 붕괴와 청년실업이란 현실을 여타 다큐멘터리만큼 잘 그려냈지만 무겁고 답답한 모습도 비췄다. 부도 이후 무능력한 가장이자 도망자로 살던 안내상은 허풍쟁이로 지내다 재기를 노리지만 감옥생활을 하고, 친구가 훔쳐간 돈은 결국 받지 못한 채 우연히 얻은 로또 2등이란 행운으로 인생 2막을 맞는다. 이 같은 전개는 붕괴된 중산층의 삶은 로또 같은 반전이 없는 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사실만 확인시켰다.

백진희는 취업난 속에 어렵게 들어간 보건소에서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쪼개 살며 눈물 흘리는 취업준비생의 삶을 직접적으로 투영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급작스런 대기업 입사로 현실과 동떨어진 해피엔딩을 맞았다. 고시생 고영욱이 국가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 운동선수의 꿈을 접은 안종석이 공부에 전념하는 모습 또한 ‘짧은 다리의 역습’ 치고는 평탄하고 이상적인 결말이라 극적 요소가 반감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지붕뚫고 하이킥〉과 같은 비극적 결말의 가능성에 쏠려있다. 강명석 〈10아시아〉 편집장은 “과거 〈하이킥〉 두 작품의 문제의 엔딩은 시트콤적인 재미와 김병욱 감독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현실이 덜컹거리며 만난 결과”라고 평했다. 김병욱 감독은 이번 엔딩에서 어떤 현실을 보여줄까. 김 감독은 지난 26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결말을 두고 말을 아꼈다. 누리꾼들은 김지원의 기면증과 백진희의 몽유병, 윤계상의 르완다행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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