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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언론인들이 파업 속에 방황하고 있다. 멀쩡하던 공영방송이 관영방송으로 전락하고 진실이 왜곡되던 저널리즘을 목격한 언론인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낙하산보다 더한 내부의 낙하산 사장들은 권력을 추종하며 권력에 굴종했다. 정치권에서 흔들어놓은 방송인사가 결국 저널리즘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사 사장의 인사권을 쥐고 흔들었다. 검찰, 감사원 등 국가의 공조직을 총동원해 KBS 사장을 불법으로 바꿔놓았다. MBC 사장도 ‘청와대 쪼인트’ 논란을 남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장인사를 감행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그런 무리하고 부당한 인사의 결과가 현실의 혼란과 언론인들의 좌절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연임을 이어가던 최 전 위원장은 비리, 부패로 끝내 구속되면서 그의 방송 인사 횡포는 멈췄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선물, 괴물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방송저널리즘의 타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을 ‘대한민국의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하면서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해서는 안 될 사람을 뽑아놓았다. 그는 보란 듯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해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에서부터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 홍보나 대응에 미흡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 심의하는 ‘사후약방문 식’이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발언의 내용을 쏟아냈다.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비리, 부패로 끝내 구속되면서 그의 방송 인사 횡포는 멈췄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선물, 괴물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방송저널리즘의 타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8일 오후 최 전 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방통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의 방송관은 정권홍보용이었다. 자신이 홍보수석인지 방통위원장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국무회의에서의 거침없는 발언도 결국은 방송저널리즘을 권력홍보용으로 전락시키는 방송철학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다.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사들은 2012년 또다시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최 씨는 사라졌지만 그가 심어놓은 부적격자 사장들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심지어 징계권을 남발하고 있다.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한 사람의 돌팔매질에 영문도 모르는 다수의 방송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사람, 파업을 중도에 그만 두는 사람, 파업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 등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때로는 동질감을, 때로는 이질감을 느끼며 혼란과 균열을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향해 정직하고 공정한 뉴스와 정보를 서비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방으로 간 최 전위원장이 국민을 위해 그런 공익정신이 투철했다고 믿기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번 방송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듯하다. 맞다. 현재의 방송 파업은 ‘정치꾼들이 방송장악을 위해 정치적 무리수를 범하며 공정한 보도를 원천봉쇄하려는 정치적 행태를 반복한 데서 오는 파업’으로 보면 그렇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방송파업의 이면에 방송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꾼들, 정치꾼과 결탁한 사이비 방송인들이 있고 이들이 정직한 방송 제작을 방해하고 불공정 보도를 조장하는 데 대해 항의하는 것이 정치파업이라면 정치파업이다.

최 전 위원장을 임명해 방송사 파업을 몰고 온 이 대통령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최측근들이 하나같이 감방으로 향해 가고 있고 방송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대통령이 수습안이나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최 전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그 인사권자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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