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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 망나니, 시정잡배보다 못한 파렴치범….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 표현이 버젓이 언론보도에서 춤을 춘다. 흉악범 얘긴가 하고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모두가 단 한 사람, MBC 사장에 관한 말들이다. 쏟아지는 말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김충식 방통위원이 한 말이다. “김재철 사장의 행태는 네로의 폭정과 유사하다.”

네로가 누구인가. 열일곱 어린 나이에 로마제국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 적당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사랑(또는 치정) 때문이었다. 네로는 어머니가 싫어하는 노예 출신 여자를 좋아했다. 반대하는 어머니와 사이가 벌어졌다. 노예와의 사랑에 싫증나자 이번엔 친구의 아내를 탐했다.

어머니가 다시 맹렬히 반대하자 이번엔 어머니마저 살해했다. 아내와는 이혼하고 섬으로 유배시켜 죽였다. 친구는 인사발령으로 멀리 보내버리고 그의 아내와 결혼했다. 새 아내는 사치벽이 심했다. 명품을 사대느라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것이 또 로마시민들의 미움을 샀다. 골치 아픈 세상사를 잊는 데 취미만한 게 없다. 네로는 그리스의 팝문화에 푹 빠졌다. 자작시를 짓고 리라를 타면서 낭송을 즐겼다.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스까지 출장을 가서는 전국을 돌며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해 받은 황금 월계관이 수없이 많았다.

로마에 큰 화재가 나자 재빨리 달려가 전력을 다해 진압하고 이재민 구호에 앞장섰다. 그런데 유언비어가 돌았다. 불탄 지역을 재개발해서 황제 자신의 사유 건물을 지으려고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것이었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자작시를 낭송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문까지 번졌다. 환장할 일이었지만, 민심이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기독교인들에게 방화혐의를 씌워 수백 명을 처형했다. 그 방법이 너무 잔인해 외려 반감을 샀다. 잇따라 암살 음모가 적발됐고, 가담자 중에는 친구도, 경호대장도, 스승도 있었다. 모두 다 가차 없이 처형했다. 전선을 지키던 신망 높은 백전노장의 장군들까지 확실한 증거 없이 죽였다. 공포가 아니면 체제유지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이 지긋한 장군이 ‘인간 망종 황제를 몰아내고 나라를 바로 세우자’며 군사를 일으키자 처음에는 반란이라고 규정했던 원로원이 뒤로 몇 차례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더니만 도리어 네로를 국가의 적으로 선포해버렸다. 대세가 기울자 그토록 충성을 바치던 경호대장부터 노예들까지 모두 도망쳤다. 네로는 결국 “이로써 한 명의 예술가가 죽는구나”라는 말을 남기고 자결했다하나 확인된 바는 없다. 악행은 십년도 못가 막을 내렸지만, 네로의 폭정은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에 기록되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럴진대 세상에! MBC 사장이 그런 네로와 비슷하다니. 본인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떳떳하다는데, 마땅히 죽을 만큼 분하고 억울할 터이다. 그런데 괴이하다. 회사와 전 사원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도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 그러면서 힘없는 월급쟁이 후배들에겐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해고자 여덟 명을 포함해 다 합하면 백 명도 넘는 사원들에게 철퇴를 내렸다. 나 또한 무죄를 받은 뒤 여섯 달 감봉처분에 경악했지만, 지금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

 

▲ 송일준 MBC PD

 

사장에게 간청한다. 막말로 욕한 이들을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 그럴 배짱이 없다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일본통이니 잘 아실 것이다. 도둑 누명을 쓴 자식의 배를 갈라 결백을 증명한 사무라이 얘기를. 우리 정서엔 안 맞는 짓이지만, 그래도 배울 건 있다.  ‘사나이’ 아닌가. 제발 MBC사원들 자존심 좀 세워 주시라. 정말이지 창피해서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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