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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선미의 chat&책]

최근 박범신 작가의 원작 소설 ‘은교’를 영화화한 ‘은교’가 많은 관객몰이를 하는 등 영화계가 영화의 모티브를 소설에서 찾으려는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아시아필름마켓 2012’에서 처음으로 소설을 소개하고 영화화를 지원하는 ‘북 투 필름’(BOOK TO FILM)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북 투 필름은 원작 판권의 판매를 원하는 출판사와 영화 제작사, 드라마 제작사의 비즈니스 만남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로 27개 출판사에서 출품된 49편의 작품 가운데 주최 측은 ‘공중그녀’, ‘쉬운 여자’,‘심야버스’ 등 소설 10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10편에 해당하는 출판사 또는 작가는 직접 자신들의 소설이 어떠한 점에서 영화화되기 좋은지를 영화 관계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어 영화와 드라마 판권에 관심 있는 방송사, 영화사, 제작사 등 관계자와 예약 미팅을 통해 비즈니스의 연결고리를 이어 나갔다.

▲ 소설 ‘은교’와 영화 ‘은교’ 포스터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작품이 영화 판권으로 판매되었는지를 떠나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영화계, 출판계에 신선한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영화와 출판은 콘텐츠를 다룬다는 것에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산업구조와 콘텐츠의 접근 방식 등 ‘달라도 너~무 다른’ 이질적 존재이다. 이러한 두 산업이 원천 콘텐츠 개발이라는 하나의 아젠다를 가지고 머리를 맞대어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이다.

여기 또 하나의 교집합 시도가 있다. 서울영상위원회는 ‘제1회 영상 크리에이티브 멀티마켓’(이하 멀티마켓)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

멀티마켓은 북 투 필름과는 다른 진행 포맷을 가지고 있다. 북 투 필름이 저작권자가 작품을 발표하고 작품에 관심을 표시한 담당자들과 미팅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멀티마켓은 작가 그룹과 기획제작자 그룹으로 신청자를 접수하여 행사 3일 동안 의무미팅, 지정미팅, 자유미팅, 교류의 밤 등 여러 가지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맛있는 소스상’(작가 대상), ‘맛있는 레시피상’(기획 제작자 대상) 등 다소 생소하고도 재미난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북 투 필름과 멀티마켓과 같이 영화계의 상생을 위한 공동 콘텐츠 개발 노력을 보면서 뼛속까지 출판인인 필자는 영화계의 활력에 가득찬 시도가 마냥 부럽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그들의 열망과 갈망은 뜨겁고 활기차다. 반면 지금의 출판 산업은 미래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난 세월동안, 그리고 현재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영화계는 더 좋은, 더 색다른,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영화 소스 개발을 위해 자신들과 다른 산업의 콘텐츠 기획자, 제작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물론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어렵듯이 원래 가던 길이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은 지난하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새로운 시도를 멈추면 콘텐츠 산업에서 ‘선도자’와 ‘추종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사실이다.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영화, 드라마의 스토리북 제작사와 영화, 드라마의 원작 콘텐츠 제작사…. 이 두 가지 길 중 미래 출판은 어떠한 길을 선택하여야 할까. 전자나 후자나 도서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생존논리에 고착된 출판사의 시각에서는 필자의 생각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제1회 멀티 콘텐츠 북 페스티벌에 오신 영화, 드라마 관계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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