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재승인 앞둔 종편에 “시간 더 필요” 긍정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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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재승인 앞둔 종편에 “시간 더 필요” 긍정 사인
‘방송의 날’ 앞두고 MBC 출연…해직언론인 문제 여전히 ‘침묵’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9.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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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오는 4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안 의결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경재 위원장이 2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종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른바 ‘유아방송론’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여성토론 위드>에 출연해 “최근 종편 4사의 시청률이 1%대로 올라섰고 (종편이) 여론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등에서도 확인했듯 종편들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을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으로 방송해 물의를 빚은 점을 감안할 때, 이 위원장의 발언은 현실과 온도 차가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오는 3일 50주년을 맞는 방송의 날을 기념해 이날 <여성토론 위드>에 출연한 것으로, 취임 이후 첫 지상파 TV 생방송 프로그램 출연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도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언론계에서 요구해왔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노력을 약속했던 해직 언론인 문제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 50주년 방송의 날을 맞아 2일 오전 MBC <여성토론 위드>에 출연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MBC

5·18 왜곡 등 종편 논란에도 이경재 “여론 다양화 기여”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안 의결 이틀을 앞두고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 위원장은 종편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재승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패널(김영미 <연합뉴스> 논설주간)의 질문을 받고 “여론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내용의 부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종편 콘텐츠의 질 저하에 대한 원인으로 과다 선정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종편 탄생 당시) 2개 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정치적 판단인지 4개나 선정 됐다”며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고 광고 상황도 어려운데다 경쟁자도 많다보니 종편들이 작년 1년 동안 최소 500억~600억원, 최대 1000억원대까지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콘텐츠 제작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종편들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토론을 너무 많이 편성해 전체 편성의 50%를 넘겼을 뿐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출연자들이 나와 툭툭 뱉는 말들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며 “그래서 얼마 전 종편 사장들을 만났을 때 품위있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편의 문제를 지적하고서도 이 위원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그래도 (종편 때문에) 여론이 다양화하고 있고 시청률도 1%대로 올라섰다”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생매체에 대한 원론격의 말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방통위가 이틀 뒤 종편 재승인 심사안 의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종편의 공정성·공익성·공공성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강조하며 심사기준의 구체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위원장이 종편들에 긍정적 사인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종편이 광고규제 등에 있어서도 지상파 방송보다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불균형에 대해 재검토할 생각이 있냐”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의 질문에도 “종편이 유료방송인데다가,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대해선 ‘유아방송’이라고 (산업을) 키우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비대칭 규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거대 지상파인 MBC에서 그걸(광고 문제를) 의식하는 걸 보니 (종편을) 견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똑같은 서비스라면 규제를 거의 같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지 않겠냐”고 덧붙였지만, 앞서 이 위원장은 종편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유료방송”이라는 점을 강조,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과 똑같은 서비스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EBS 앞세워 수신료 인상 필요성 역설…방송 독립 자화자찬, 해직 언론인 문제 침묵

이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수험생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송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패널(한미영 여성발명협회장)의 질문을 수신료 인상으로 연결시켰다. 이 위원장은 “EBS 채널과 (방송) 과목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중국어 연설로 중국을 매료시킨 박근혜 대통령도 EBS에서 중국어를 배웠다”며 “이를 위해선 EBS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EBS에 대해 교육부와 방통위의 지원이 있지만, 원래는 수신료로 해야 한다. 문제는 KBS 수신료가 33년 전 2500원으로 결정된 이후 (인상되지 않고) 그대로 가고 있는 점과 수신료의 2.8%만 EBS로 간다는 점”이라며 “(국민들이) 자녀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수신료를 인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인 KBS가 광고를 두고 민영방송 등과 경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KBS 2TV가 광고로 운영이 되는데 이 경우 다른 민간방송과 광고 경쟁을 하면서 (콘텐츠) 질 저하가 올 수 있고, 광고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며 “가능한 (KBS는) 광고를 하지 않고 (그것이) MBC 등 다른 방송으로 가 콘텐츠 제작이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 위원장은 “과거 방송사 사장 등에 대한 인사에 방통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됐던 사장들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만약 (현 정부에서)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지 말라’, ‘누구를(특정 정치세력을) 공격하라’ 등의 지침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노조 등에서 문제제기를 했겠지만, 현재까지 그런 건 없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으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국민들도)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계 안팎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해직·징계된 언론인들의 복직과 명예회복 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의 회복을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을 앞두고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말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행은 없는 상황으로, 의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등에 대해 자화자찬을 하면서도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과 관련한 언급은 이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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