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우리 방송 해도너무한다 9 … 주부(여성)대상 아침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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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사생활 엿보기 등 흥미 위주 잡담 일색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 다뤄야

|contsmark0|방송사에서 왜 주부(여성)대상 프로그램을 만들까?그것은, 여성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가해져왔던 불평등과 잘못된 선입견들을 없애, 여성(주부)들이 인격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있는 게 아닐까 한다.그런데, 오늘의 방송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1c를 바라보는 오늘, 한국방송의 여성(주부)대상 프로그램들은 지나친 상업주의에 빠져, 여성을 상품화·성이미지화하는데 앞을 다투고, 전통적인 관습과 낡은 사고틀에 얽매인 제작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오도된 선입견들의 고정화·확대·재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contsmark1|먼저 편성을 보자.주부(여성) 프로그램들은 예외없이 오전 8시띠에서 11시띠에 집중편성돼있다. 하지만 이것은 편성의 기만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성과 주부들은 늘 시간이 많고, 언제나 집안의 울타리에서 생활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란 잘못된 남성우월 내지는 남성중심주의사회를 전제한 발상이기 때문이다.세상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여성이나 주부가 오전시간띠에 tv나 보고 노닥거리는 층이나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개개인의 생활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음은 물론, 대부분의 여성들이 예전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도전하고 있으며 실제로 각종 사회제도 또한 여성과 주부들의 역할변화를 하루가 다르게 요구하고 있다.그런데 방송은 아직도 여성과 주부들을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존재로, 전통적인 관습과 고정관념, 선입견으로 대하고 있다. 이것은 모순이고 기만이다.
|contsmark2|여성과 주부대상 프로그램들의 주제는 어떠한가?대부분 레저·오락·미용·취미·육아·고부갈등·남편과의 문제 등 가정사와 남의 생활 엿보기나 관심가는 인물들의 근황, 그렇지 않으면 기행(奇行)·이색(異色) 등 독특한 감을 주는 소재들을 대중잡지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주제들이 흥미위주다. 때문에 넋을 잃고 보면 재미도 있다. 특히, 특이하고 이상한 인물에 관한 얘기나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보여주는 언행은 늘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기에 그 자체만으로 볼거리가 된다.하지만, 감동이나 정보없이 진기하고 특이하다는 것만으로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두기엔 미흡할 게 뻔하다. 또, 가정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제작자들이 여성을 건전한 상식을 지닌 사회구성원이나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신변잡기적이고 개인적 일상과 가정사의 틀에다 가두어두려는 걸로밖에 볼 수 없다.이제는 이 틀을 깨야 한다. 변화하는 산업사회에서 여성(주부)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와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주부(여성)대상 프로그램에서도 좀 더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다시말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실제사회의 각종 복잡한 문제들을 다뤄 나가야 한다. 여성시청자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알맹이 없이 흥미위주의 프로그램을 계속할 땐, tv의 특성상 커다란 역기능을 낳는다는 사실에 제작자들은 눈을 떠야 한다.
|contsmark3|주부(여성)대상 프로그램엔 어떤 사람들이 나오나?먼저, 연예인들을 들 수 있다. 실제로 mbc [10시! 임성훈입니다]의 경우, 11월 13일에 코미디언 김형곤, 가수 유열, 18일에 가수겸 탤런트 임상아, sbs [편지쇼, 살맛나는 세상]의 11월 11일분 편지낭송(송채환, 금보라, 옥소리, 안문숙, 배한성 등), kbs [아침마당]엔 엄앵란 등이 고정으로 나오고, 자주 연예인이 등장한다. kbs [여성저널]의 경우, 가수 김창남, 조갑경, 탤런트 김형자, 코미디언 이용식 등이 나오는데…. 주부대상 프로그램도 연예인이 없으면 방송이 안되나 보다. 물론 연예인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서 하는 내용에 알맹이가 없는 게 문제다. 심야토크쇼나 여타 연예 프로그램에서 했던 얘기들의 재탕 삼탕이 많고, 신변잡기적이고 농담 따먹기 식이기 일쑤다. 어쩔 땐,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채우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정말로 주부(여성)들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다음은 일반인들의 경우인데, 약간 이상하고 상식인의 수준에서 보면 앞뒤가 안맞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오는 예가 많다. 예컨대, 의처·의부증에 시달리는 아내나 남편, 부부싸움을 아주 특이하게 하는 사람, 극도로 오도된 구두쇠 남편, 이상한 끼를 가진 여자, 남편을 깔보며 뭐든 자신 맘대로 하는 아내 등이다.여성이나 주부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에 꼭 연예인이나 상식을 벗어난 이상하고 돌출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야만 하는가? 그래야 시청률이 오르고 좋은 방송이 되는가? 이것 또한 편견과 웃기는(?) 아집이 아닌지 제작자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contsmark4|방송채널간 특성은 있는가? 한 마디로 아니다. 현재 각 방송사 주부(여성)대상 프로그램들은 그게 그거다. 채널간 중복이 심하다는 얘기다. 채널간 특성이 없고, 진지한 고민과 참신한 소재와 주제선정, 포맷개발 없이 내용과 형식은 물론 출연자·패널도 엇비슷하다. 다른 방송사에서 조금 인기를 끈다고 하면 곧바로 베끼고, 흉내내고…. 이것 또한 시청률 때문이라 우기겠지만 말이다.제작자들은 반박할 지 모른다. 모든 게 ‘시청률’ 때문이라고, 그리고 조직이 어떻고 내부사정이 어떻고 상대사가 있는 게임이고…. 물론 그런 주장도 일리는 있다. 설득력도 있고. 그러나 이제는 그 어떤 것도 탓하지 말자. 어쩌면 제작자들의 지금까지의 관행과 타성이 그런 소재와 방식이 아니면 시청률이 안오른다는 것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되짚고 반성해야 한다. 이게 바로 방송이 담고 있는 규범과 가치관, 문화행태 등이 시청자들의 지각과 사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문화계발효과론’인 셈이기 때문이다.또한, 제작자들은 여성(주부)들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가정이란 범주에 갇힌 구속되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성(주부)들은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져서도 안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다양한 주제선정과 참신한 소재발굴, 특이한 포맷개발은 물론 제작자들의 시각교정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라면 지나친 혹평일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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