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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PD의 음악다방]

음악PD를 오래 해 온 나로서는 항상 레코드를 틀 때, 제일 먼저 녹음 됐던 걸 찾아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목소리가 순수했으며, 가장 최선을 다했고, 현란한 악기 연주를 뽐내기 보다는 본음에 충실한 반주가 반복해 들어도 언제나 감동을 주고 싫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가수는 자신의 히트곡을 수 천 번, 심지어는 수 만 번 부르게 마련이다. 매번 초심을 가지고 부를 수는 없으리라. 이러저러한 애드리브(Ad-Lib)을 넣어 가면 본인도 즐겁고, 듣는 이도 그때마나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폴 맥카트니
그러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경해 마지않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라이브로 접하게 됐다면, 애초의 버전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 폴 맥카트니는 그런 팬들의 기대를 간파하고 있었다. 비틀즈(Beatles) 시절의 곡은 비틀즈답게, 윙즈(Wings) 때의 곡은 윙즈 분위기를 내려, 오리지널 편곡으로 완벽하게 재현을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당시에 쓰던 악기를 그대로 갖고 나올 정도였으니까.

금년 5월부터 남미에서 시작된 폴 맥카트니의 투어 콘서트 ‘아웃 데어(Out There)’. 일본에서는 11년 만에 공연이 이뤄졌다. 3개 도시 6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21일 그 막을 내렸다. 장소는 도쿄돔, 오프닝을 장식한 ‘에잇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를 비롯해, 60년대 비틀즈 멤버로 있을 때, 70년대 윙즈 시절, 그리고 80년대 이후의 솔로시기까지 2시간 40분 동안 무려 39곡이나 소화를 했다. 60년~70년대만 해도 노래들이 짧아서 곡수가 많아진 탓만은 아니리라. 그만큼 열광적인 팬들의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그는 내내 일본어로 “더 듣고 싶어요?” 라고 물었다).

그는 또 오래 전에 타계한 존 레논을 추모하는 곡인 ‘히어 투데이(Here Today)’, 죠지 해리슨의 대표곡 ‘섬씽(Something)’을 직접 우쿨렐레 반주를 곁들여 부르며 그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 ‘예스터데이(Yesterday)’는 특별히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피해자를 위한 곡으로 소개했다.

폴 맥카트니는 지금 만 71세. 내년 2월이면 72세가 된다. 사람이 신체부위 중에서 가장 늦게 늙은 게 목소리라고 하지만, 70세가 넘으면 아무래도 보이스컬러가 바뀌고, 고음이 올라가지 않으며, 노인 바이브레이션이 생기는 등, 많은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오리지널 키(Key) 그대로 모든 노래를 소화했다. 때로는 고음부에서 음정이 덜 컨트롤 됐고 쉰 소리가 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부 진짜, 원래 그의 음성 그대로였던 것이다. 최신 비트에 목소리를 편승시키지도, 화려한 악기소리에 묻혀가지도 않았다. 모든 곡은 만들어진 시점, 그 포맷 그대로 관객의 귀에 파고들었다.

▲ 조정선 PD·MBC 글로벌본부 일본지사장
2시간 40분 동안, 그는 한 번도 멀리 가 있지 않았고, 내내 무대에 있었다(커튼콜 딱 2분 빼놓고). 단 한 곡도 반주를 남에게만 맡기지 않았다. 일렉트릭 기타 2대, 어쿠스틱 기타 3대 외에 베이스기타, 클래식 피아노, 일렉트릭 피아노, 우쿨렐레까지 모든 악기를 섭렵하며 30~40대 못지않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번에 폴 맥카트니의 내한공연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칠순이 넘었으니,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며 나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 10년은 더 그가 왕성한 무대 활동을 할 것이며, 한국 팬들에게 분명히 기회가 다가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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