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포기발언 있었다”? 해도 너무한 MBC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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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MBC가 해도 너무 한다. 한때 시청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던 MBC의 추락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겨울만큼 반복, 논란이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검찰의 수사결과에서조차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수정본이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다’,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NLL 포기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이 한 것이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삭제·파쇄되어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고,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되었다’.

검찰은 회의록 삭제와 관련해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문재인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다. 물론 법원의 최종판결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검찰수사 결과에서조차 ‘NLL 포기 발언은 없었고 회의록은 존재한다’는 중대 사실은 명확해졌다.

문제는 이런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도하는 공영방송 KBS와 MBC는 본질적인 문제보다 지엽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도한 KBS와 MBC의 메인뉴스는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삭제 지시’, ‘대통령이 지시 고의로 폐기’라고 제목으로 뽑았다. 정상적이라면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혹은 “회의록은 사라지지않았다”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특히 MBC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검찰의 수사이상으로 과장되게 보도했다. 제목에서 ‘대통령이 지시 고의로 폐기’라고 했는데, ‘폐기’라는 용어는 부적확한 용어선택이다. 검찰은 ‘삭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폐기와 삭제가 같을 수는 없다. 부분적인 삭제는 있을 수 있어도 폐기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MBC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도한 뒤에조차 혼란을 가중시키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제목부터 ‘NLL 포기 요구 화답’이라고 뽑고는 “노 대통령의 NLL포기는 있었다”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부각시켰다. 그전에도 정 의원의 발언을 대단한 것인양 강조하던 MBC는 그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며 외치는 일방적 주장을 충실히 보도했다.정 의원의 말바꾸기 논란을 타언론에서는 보도했지만 MBC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MBC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정 의원 대변자”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이 지경이 되자 MBC 내부의 양심적 저널리스트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한 자사 뉴스가 지나치게 여권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지난 19일 낸 민실위 보고서 ‘MBC뉴스, 관제방송으로 추락할 것인가’에서 “일주일 사이에 여야의 두 거물 정치인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MBC의 보도는 참 달랐다”며 구체적 내용을 지적했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을 용기있게 수사하던 권은희 과장에 대해 인신 공격을 하고 수사독립을 외친 채동욱 검찰총장을 쫒아내는 데 앞장 선 언론. ‘사초폐기’, ‘NLL 포기’ 등 날조된 사실을 과장, 반복하는 데 앞장 서는 주요 언론사들. 새로운 ‘권언유착’의 망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떠돌고 있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NLL 포기 논란, 사초폐기 논란 등은 이제 이 정도에서 정리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에서조차 여당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문제를 제기한 정 의원은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의 공영방송사가 진실에 더욱 충실한 보도행태가 결정적이다. 일방적 편들기식 편파보도는 혼란만 가중 시킬 뿐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 훗날 MBC의 치부로 기록될 것이다.

권력감시와 견제 대신에 ‘권력의 하수인’, ‘권력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공영방송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런 식의 보도는 종합편성채널이 충실히 하고 있다.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조중동의 목소리가 또 다시 방송을 통해 반복, 확산되는 획일화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질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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