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관점으로 한국 대중음악을 봐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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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 차우진 음악평론가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이변이라고 할 일들이 많았다. 조용필의 <Hello> 앨범이 음원과 음반 차트를 올 킬했고 싸이의 신곡 ‘젠틀맨’은 작년 ‘강남스타일’에 이어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찍었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새 앨범이 차트에서 화제가 되었고, 무엇보다 올 봄에는 공연이나 방송 출연 같은 이슈가 없었음에도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크레용팝은? 듣도 보도 못한 이 걸그룹은 순식간에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해 글로벌 가수가 되었다. 엑소는 앨범 판매량 100만장의 기록에 바짝 다가가고 있으며 지드래곤과 소녀시대는 월드투어를 마쳤다.

바야흐로 한국 대중음악은 질적으로 팽창 중이다. 월드투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제적인 활동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다. 해외 언론들, 특히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뢰도 높은 언론사에서 K-POP 대한 기사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들리는 얘기로 해외의 학계에서도 K-POP은 중요한 이슈가 된다고 한다. 여기엔 앨범에서 음원,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하는 산업의 구조 변화도 크게 작용한다.

▲ EXO ⓒSM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변화는 축적된 결과라는 인상이 강하다. 2007년 이후 한국 음악계는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재편되다시피 했다. 물론 의견이 갈리겠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해 말하자면, 그 결과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은 아이돌과 아이돌이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아이돌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를 통해 탄생하는 콘텐츠다. 이런 ‘관리’는 대기업의 조직, 인적관리와 닮았다. 시스템적으로 정제된 매니지먼트와 A&R(Artist&Repertoire)이 개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구조적인 변화 덕분에 현재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조용필과 버스커버스커, 이적 등은 아이돌로 재편된 음악 시장의 안티테제일 수 있다. 크레용팝은 경쟁이 극대화된 걸그룹 산업에서 파생된 변종이다. 싸이의 성공은 아이돌 기획사와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고, 거기엔 국제적인 변화라는 맥락이 끼어든다.

엑소의 앨범 100만장 판매량은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0여 년 간 동아시아를 공략한 결과고, 소녀시대와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역시 영미권의 산업 변화(2004년을 기점으로 음반보다 공연의 비중이 높아졌다)에서 동아시아가 주요 시장으로 부상한 결과다. 그렇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변화는 내부의 시도와 외부의 변화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타이밍, 요컨대 필연적 우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 홍콩과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특히 대중음악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각각 10년 정도 호황기를 누렸다. 1990년대 이후엔 다들 자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집중했고 한국은 그때 양질전환의 법칙을 이뤘다.

▲ 차우진 음악평론가
그래서 앞으로는 한국의 전성기가 올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태국의 음악계도 만만찮게 빨리 성장 중이다. 이들이 언젠가 지금의 한국처럼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좌우하리란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결코 한국 안에서 벌어진 것만은 아니다. 소녀시대와 싸이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은 이미 국제적인 맥락에 포섭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의, 또한 앞으로의 변화를 살피는데 지구적 관점은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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