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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vs 48%, 지난 대선의 결과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이 수치가 선명하다. 대한민국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선 후반전’ 혹은 ‘대선 연장전’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51.6% 쪽의 국민은 대선 결과에 승복하라며 ‘승복천국, 불복지옥’을 외치고 있고, 48% 쪽의 국민은 대선 부정에 책임지라며 ‘당신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종북이냐 vs 종박이냐, 지난 대선의 ‘파생상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종북’으로 범주화해 버린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존중할 필요가 없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바근혜 대통령을 숭배하는 문화를 ‘종박’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인반신’이라 말하는 것을 비웃는다.

일베충 vs 씹선비, 대선은 미래세대마저도 갈랐다. 진보 성향 누리꾼들은 보수적인 글이 주로 올라오는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이용자를 일베충이라고 부른다. 상종할 가치가 없는 벌레라고 부르는 것이다. 반면 일베 이용자들은 진보 성향 누리꾼들을 ‘씹선비’나 ‘감성팔이’라고 조롱한다. 또한 전라도 사람은 ‘홍어’라고 비하하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비아냥도 서슴지 않는다.

문빠냐 vs 안빠냐,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갈린다. 문재인을 지지하느냐 혹은 안철수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뉴스를 보는 관점이 갈린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의 정무참모라도 된 것처럼 상대방 지지자들을 비난한다.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비난은 저 멀리 새누리당 지지자가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 날아온다.

깨시민 vs 멘붕시민, 행동에 나서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도 갈린다. 소극적인 사람들은 촛불집회에 나가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적극적인 사람들을, ‘깨시민’이라며 극성맞다고 비판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이 정도로 대선부정이 드러났는데도 침묵하는 사람들은 ‘멘붕’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원망한다.

분열의 시대고 증오의 시대다. 미워할 대상을 찾고, 그들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표현을 찾고, 그리고 미워할 대상을 최대한 확대한다. 특정 대상의 특정 발언이나 특정 행위를 문제 삼는 방식이 아니라 그 주변을 전부 범주화해 모두를 증오한다. 증오를 무의식에 심는 자들이 환호를 받는다.

사람들을 범주화하는 것은 선택의 강요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드러내놓고 묻지는 않지만 너는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인지,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내 생각을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앞의 다섯 가지 구분법을 읽으면서 자신은 어느 쪽인가를 무의식중에 헤아렸다면 당신도 ‘증오의 범주화’ 프레임에 빠져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이런 분열을 꾀하는가. 패를 갈라 득을 보는 세력이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40여 년 전 대선을 치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촌야도’ 선거구도를 깨기 위해서 “이런 사람(김대중)이 호남 대통령은 될 수 있지만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라며 전라도 혐오를 부추겼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국정원 대선개입을 폭로한 권은희 수사과장을 “전라도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라고 공격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모습에서 박정희의 그림자를 본다.

▲ 고재열 <시사IN> 정치팀장.
함부로 증오하지 말자. 그래서 사악한 자들이 뒤에서 미소짓게 하지 말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더니 호응이 컸다. 함부로 종북이니 종박이니 규정하지 말자고, ‘김일성을 아버지로 부르는 사람을 종북이라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을 종박으로 하자’고 했더니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동의했다. 미워할 사람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행복을 키우는 길이다. 미워할 사람은 까다롭게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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