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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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강봉규 PD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로스 D. 파크 교수는 그의 저서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에서 아빠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강할수록 아이의 정서·지적 발달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아빠가 주는 고유한 영향력, 바로 ‘아빠 효과(Father Effect)’다.

이처럼 아빠의 자녀교육 참여는 중요하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연출하고 있는 강봉규 PD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리와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와 아이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6층 사무실에서 강봉규 PD를 만나 제작 뒷얘기를 들어보았다.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연출하고 있는 강봉규 PD. ⓒPD저널

#. 거리두기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육아에서 소외되기 쉬운 아빠들의 48시간 육아일기다. 지난해 9월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첫 방송이 나간 이후 호응을 얻어,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55분에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다.

‘프렌디(Friend+Daddy, 친구 같은 아빠)’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의 육아 참여가 긍정적이라는 걸 강 PD는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강 PD의 바람은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며 변화하는 모습으로 드러났다. ‘아빠 바라기’ 서언·서준 쌍둥이 형제(개그맨 이휘재), 시트콤 같은 준우·준서 형제(배우 장현성), ‘시크’한 매력의 하루(가수 타블로), ‘추블리’ 추사랑(격투기 선수 추성훈) 등 좌충우돌 아빠와 아이의 사랑은 보는 이에게 신선한 웃음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돌발 행동과 건강 문제 등으로 예측불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휘재가 쌍둥이를 안고 갑자기 응급실로 향하는가 하면 산타 분장을 한 아빠 타블로를 본 딸 하루는 울음을 터트린다.

짐작할 수 없는 일에 대비하려면 화면 밖 ‘관찰’ 역시 중요하다. 강 PD는 “촬영이 없을 때도 아이들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계속 살피고 아빠들과도 끊임없이 대화한다”며 “이를 통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PD가 말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핵심은 ‘관찰’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카메라를 구석구석 숨겨두거나 촬영팀이 텐트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촬영한다.

“시청자가 우리 프로그램을 보며 공감하는 이유는 잘 짜인 각본에 의한 구성이 아니라 리얼리티 때문이죠. 담당 작가나 PD들에게도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개입하지 말라고 강조해요. 이걸 ‘거리두기’라고 표현해요.”

야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작진들은 되도록 거리를 두고 바라보듯이 촬영하거나 지나가는 사람과 지형지물을 엄폐물로 이용한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제작진을 찾던 출연진들도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이제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 아빠 효과

제작진은 3주에 한 번 48시간 동안 아빠와 아이들을 관찰한다. 제작진이 아무리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다 해도 출연자들의 집, 가족, 일터 등 사생활이 노출되는 걸 완벽하게 막기 힘들다. 아이들이 어린 것도 제작진과 아빠들에게는 부담이었다. 추성훈 딸 사랑이가 만 2살, 타블로 딸 하루가 만 3살이다. 이휘재의 경우 파일럿 촬영 당시 쌍둥이가 120일을 갓 넘은 상황이라 출연 제의를 몇 번이나 거절했고 출연을 결정하고서도 망설일 정도였다.

예민한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고려해 자문위원인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에게 수시로 조언을 얻는다. 서 박사는 방송 전 제작진, 출연진과 48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해도 되는지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방송 후에는 리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문해주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3개월이 지난 지금 아빠와 아이들의 유대관계도 제법 깊어졌다.

“아빠들이 힘들어할수록 ‘아빠 효과’는 더 커지고 있어요. 하루의 경우 처음에는 아빠(타블로)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옆에서 같이 자기도 하고, 잘 먹지 않던 사랑이는 잘 먹고 의사표현도 잘하게 됐죠. 갓난쟁이 서언이와 서준이는 아빠(이휘재)와의 유대가 깊어졌고, 준우와 준서도 싸우는 빈도가 줄었죠.”

여느 엄마들처럼 출연자의 아내들도 남편이 혼자서 아이를 잘 볼 수 있을지 미심쩍어했다. 초반에는 촬영장 근처를 배회하거나 집 앞까지 찾아온 엄마도 있었다. 강 PD는 지금은 아빠와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에 ‘아빠 효과’를 느끼며 3주에 한 번이 적다는 엄마까지 생겨났다고 귀띔했다.

#. 성장과 도약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방송 전부터 아빠와 아이가 엄마 없이 여행을 떠나는 MBC <아빠 어디가>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방송이 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들의 실수투성이 양육 과정을 보여주며 차별화된 볼거리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3개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기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자 시즌 2를 준비 중인 <아빠 어디가>와 지난 13일 SBS가 선보인 육아 예능 <오 마이 베이비> 등 비슷한 포맷의 경쟁자가 늘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육아 예능 3파전’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 PD는 현재 상황이 “위기”라면서도 “지금은 이 프로그램을 잘 성장시켜 나가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직 프로그램을 통해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지 못했어요. 지금 프로그램에 중요한 건 변화보다는 ‘성장’이에요. 지난 3개월처럼 아빠와 아이들, 제작진 모두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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