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500원 내면서 KBS 비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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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500원 내면서 KBS 비판할 수 있나”
방통위, 수신료 인상 의견수렴 토론회…의견 대립 ‘팽팽’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1.1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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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15일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통위는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날 토론회 내용을 참고해 사무국이 내주께 의견서 초안을 마련하면 상임위원들이 본격적인 의견 조율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윤준호 KBS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은 “KBS의 주재원이 돼야 하는 수신료 수입이 전체 필요 재원의 40%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고 수신료 수입 증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KBS에서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제시한 2TV 광고축소(2100억 원) 계획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전체 미디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면 유료방송의 기본 상품 가격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고, 주진환 새시대 회계법인 이사는 “KBS 1TV와 2TV 회계를 정확히 구분하면 수신료 쓰임새를 보다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계분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KBS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한 것인지, 공영성부터 확보하고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작 2500원의 수신료를 내면서 KBS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냐”(윤석민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총장)는 주장부터 “수신료 인상은 국민의 생계와 민생에 부담을 준다”(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제제기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PD저널>은 주요 토론자들의 논박 과정을 정리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문·방송학계를 대표해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정윤식 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주정민 전남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 등이, 광고·경영전문가 그룹에선 △문철수 한신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주진환 새시대 회계법인 이사 등이 참여했다.

시민단체에선 △윤석민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총장(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이하 주요 토론자의 토론 내용 요약.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수신료 조정(안)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
전규찬 “현재의 수신료 인상안, 시민들 생계와 민생에 부담”

수신료 인상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목적은 무엇인가. 공영방송 KBS의 정상화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정상화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KBS에서 마련한 수신료 인상안에선 미디어의 공공적 서비스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중요한 조건인 ‘저널리즘’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거치며 KBS에서 보이고 있는 여러 징후들-낙하산 사장, 제작·편성·보도 자율성의 붕괴, 언론인들에 대한 징계, (비판 저널리즘) 프로그램 폐지와 출연자의 출연 제한, 정권 홍보와 선전의 성격이 강한 기사, 시청자 참여 무력화 등-에 비춰볼 때 (특정한) 누군가에겐 혜택일 수도 있겠지만, 수신료를 부담하는 다수의 시청자와 일반 시민 입장에선 얻는 것 없는 부담이다. 생계와 민생에 부담을 주는 수신료 인상안이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미디어에 대한 광고와 자본권력의 문제,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공영방송에서 과연 광고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압박과 통제의 사례로 작동했는가. 정치권력에 의한 KBS의 제작·편성·보도 자율성에 대한 침해보다 (광고가) 더 강하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공영방송의 위기와 와해를 부른 게 자본 권력인가 아니면 폭력적인 정권과 정치권력인가.

정윤식 “수신료 인상, 정치적 타협해야”

수신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국회 등의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은 돈의 문제가 아닌 보수와 진보, 여야가 타협을 위한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이 어떻게 종편(종합편성채널) 밀어주기인가. MBC·SBS 밀어주기다. 국장 직선제를 들어주면 4000원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 등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얘기다. 솔직할 필요가 있다.

KB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갈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선 주장이 있는데, 프랑스 공영방송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사장을 지명하면 방통위나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는 식이다. KBS가 어떻게, KBS이사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겠나. 정치적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장을 지명하면 야당이 청문회를 통해 공정성을 위한 장치를 얻어내거나, 그래도 편파적 인물이면 낙마시키면 된다.

이승만 다큐 등 프로그램을 둘러싼 갈등 이슈가 있으면 KBS에서 해결이 어려운 게 배후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양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처가(야당)에서 본가(여당)을 밀어붙이니 파행이 이는 것으로 1년에 2~3건 정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를 위해 여야 이사들이 합의한 옴부즈맨 제도, 중재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하 종합토론 발언) 세 차례나 수신료 인상안이 나왔지만 의결되지 않은 건 여권에서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야권도 (여당이) 꼴 보기 싫으니 안 된다는 식이다. 이번에도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은 아예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안 들어왔다고 한다. 4인 회담, 2인 회담 등을 통해 합의한 내용도 다 깼다고 하고. 시민들도 통신요금은 20만원씩 내면서 수신료는 내기 싫어한다. 20만원씩 통신요금도 내는 상황을 감안할 때 4000원은 껌 값인데 말이다.

문철수 “수신료 인상과 광고축소, KBS만 살고 다른 지상파 죽을 수도”

KBS는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올리고 2TV 광고 2100억 원 가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에 따른 지상파 광고 시장의 변화는 어떨까. 2012년 매체별 광고비 집계 결과를 보면 인터넷 광고가 지상파를 앞질렀고, 2013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KBS가 광고비를 줄인다 하더라도 이미 지상파 광고는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런데 미디어렙법에 따라 지상파 방송 3사는 중소방송 광고를 결합판매 하고 있다. KBS는 EBS와 극동방송, 경인방송, 원음방송, TBS FM 등의 광고를 함께 팔고 있는데 KBS의 광고 2100억 원을 줄이면 중소방송 지원 문제 역시 또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할 때 KBS가 줄인 2100억 원의 광고가 또 다른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에 고루 배분된다는 결과는 없다. 현재 종편 4사의 평균 시청률을 합산하면 5%가 넘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사 한 개가 생긴 것과 같은 효과로, KBS의 광고 축소분이 그쪽(종편들)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KBS에서 포기한 광고 물량이 다른 매체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지상파 결합판매에 의존할 중소방송이 (MBC·SBS와) 함께 어려워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KBS가 결합판매를 유지하기 위해선 프라임 타임대보단 변두리 시간대 광고를 줄일 텐데, 그렇게 해서 과연 2100억원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광고시장에서 KBS의 광고물량이 빠지는 게 모두 지상파 방송으로 갈 수 없다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수신료를 인상한) KBS만 살고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은 죽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정민 “공영방송이 될 조건부터 만들어 주고 책임 물어야”

정윤식 교수 의견과 반대인 게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상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봐선 안 된다는 거다. 그렇게 보면 이 논의는 계속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찬반 입장 모두 인정해야 할 건 공영방송의 존재와 역할이다. 미디어의 상업화·유료화 상황 속 공영방송은 이를 견제하고 보완할 유일한 대안의 수단이다. 공영방송의 존재와 역할,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주재원은 수신료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 광고는 수신료에 비해 방송사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재원이지만 부정적 측면은 쉽게 눈에 띄지 않고, 광고가 주재원이 될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수신료 인상의 선결조건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와 경영혁신, 상업적·선정적 오락방송 지양 등을 내세우는데, 이는 광고가 주재원일 땐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영방송이 공영성을 회복하고 공적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고, 즉 수신료를 인상해주고 (그 후에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수신료 조정(안)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
최진봉 “KBS, 지금 수신료 인상이 안 돼 공영성 잃었나”

수신료부터 올려주면 KBS가 바뀐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야당 추천 KBS 이사 4인이 수신료 인상의 선결 조건들을 말했지만 여권 추천 7인의 이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끼리 모여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이 바로 국민적 합의다. 이는 방송이 얼마나 공영성을 담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되는, 사실상 준조세 성격의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먼저 올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방송을 해야 한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에 인력감축 등의 자구노력을 적어지만,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위직은 9.7% 줄고 고위직은 오히려 7.6% 증가했다. 고위직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건 당연한 부분으로, 권 의원도 KBS가 기형적인, 역피라미드 구조라고 지적했다. KBS에서 자구 노력을 보이지 않고, 계획도 없이 수신료를 올려 달라 하면 국민적 합의는 받아낼 수 없다. (이에 대해 윤준호 단장은 “노조의 동의 없이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신규 채용을 줄였다. 정년퇴직자보다 적은 규모로 신규 채용을 하니 하위직은 줄어들고 고위직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EBS 지원을 수신료 인상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지금 당장 EBS에 배분하는 수신료의 비율을 높이고 그 후 수신료 인상을 얘기해야 한다. (*이하 종합토론 발언) 수신료만 올리면 공영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KBS의 주장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KBS는 돈이 없어 공영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건가. 흔히 공영성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객관적 사실을 전하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보도를 하는 데 과연 얼마나 돈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영성을 위해 KBS가 먼저 바뀌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윤석민 “고작 2500원 내면서 어떻게 KBS에 뭐라 할 수 있나”

저와 (수신료 인상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른 이는 전규찬 교수와 최진봉 교수다. 현재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서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부분, 저 또한 있다. 그런데 끝까지 KBS 수신료를 2500원에 묶어두면 과연 뭐가 달라질 수 있는 건가. 수신료를 2500원에 남겨두면 여야 7대 4 구조의 이사회 문제나 정치권력이 사장을 임명하는 거버넌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가.

공영방송을 위해 하는 일이라곤 고작 2500원의 수신료를 내는 일 밖에 없는데 KBS를 향해 어떻게 (잘못을) 고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해결을 진정 원한다면 KBS에 대한 발언권을 높여야 하고 KBS를 혼내기 위한 채찍을 쥐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수신료다. 부모가 말 안 듣는 자식을 혼낼 수 있는 건 식사와 학비, 주거 등을 내는 친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KBS에 대해) 우리는 친권이 있나. 주장할 수 있나.

정치권력의 KBS 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KBS에 대한) 국민의 발언권을 높여야 하고,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수신료를 내는 것이다. 그 부분은 정상화 하자는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추혜선 “고작 2500원? 공영방송은 수신료 액수 떠나 시청자 주권 지켜야”

KBS의 비판 저널리즘 약화 속에서 상식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는 일인가. 수신료 인상에 따른 민생과 생계의 부담을 지적하는데 어이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윤석민 교수에 동의할 수 없다.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인상하면 TV수상기를 보유한 모든 가구에서 지갑을 열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 전 부분에 걸쳐 민생 요금이 오르고 있다. (수신료를) 껌 값이라고 말하지 말라. (고액연봉의) 방송 종사자들의 생활수준, 그리고 대학교수들의 생활수준으로 민생을 재단해선 안 된다. 공영방송은 설사 재원에서 수신료 비중이 낮더라도 (수신료를 받는 이상) 시청자 주권을 지켜야 할 숙명적 이유가 있다.

오늘(15일) 공청회 자체가 절차적 결함을 안고 있다. KBS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여권 추천 이사들에 의해 상정·의결돼 방통위로 넘어가는 과정 전부가 민주적 절차에 대한 막대한 훼손이었다. 그런 안을 받아 진행하는 오늘 공청회는, 그 자체로 정당성과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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