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언론단체, 3기 방통위원 자격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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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언론단체, 3기 방통위원 자격 ‘동상이몽’
민주당 “당과의 소통”…언론인 등은 “언론·시민단체와 소통”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2.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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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말 3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출범을 앞두고 현재의 2기 방통위와 위원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6일 나왔다. 이를 통해 여야가 추천하는 방통위원의 ‘자격’과 ‘역할’을 확인하고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방통위원만이 현 정부에서 유일하게 야당에도 추천 몫이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요구는 민주당에 보다 직접적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요구는 이날 오전 방송인총연합회와 언론노조, 유승희 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3기 방통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미 지난 4일부터 자당 몫의 방통위원 2인에 대한 추천을 위해 후보자 공모 작업에 돌입한 상황인데다, 추천 권한을 여야 정당이 쥐고 있는 속에서 정당 추천으로 방통위원이 된 이는 일종의 ‘채무자’ 위치에 놓여 있고, 추천을 한 정당은 이른바 ‘당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현실 속 한계 또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3기 방통위원 추천을 완료할 계획이다.

‘당과의 소통’ 강조하는 민주당…언론단체는“‘방송 공공성 관련 철학과 시민사회 소통 필요”

이날 토론회의 주최자 가운데 한 명인 유승희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방통위원의 조건으로 “우선 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관행적으로 KBS 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EBS 이사 등을 추천해 왔는데, 그 후 보면 당과의 소통이 약하고 이로 인해 문제를 풀어가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어 “(추천 받은 인사가) 해당 조직 안에서 소통을 잘하는 것과 함께 외곽의 언론·시민단체 등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중요한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추천 정당과의 관계, 이른바 ‘당성’을 우선 조건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6일 방송인총연합회, 언론노조, 유승희 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3기 방통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3기 방통위원의 자격으로 방송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추천권자로부터의 독립성, 그리고 외곽, 다시 말해 언론·시민단체와의 소통 능력을 주요 자격 요건으로 내세웠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특히 “정치권이 방통위원을 당권을 활용해 친분있는 인사에게 ‘챙겨주는 자리’로 인식해선 매우 곤란하다”며 “공당이라면 방송통신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를 해온 학계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그리고 방송정책의 실질적 당사자인 방송 현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런 측면에서 최근 연임 가능성이 기정사실처럼 얘기되고 있는 이경재 위원장(대통령 지명)과 김충식 부위원장(야당 추천) 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우선 이경재 위원장 연임설과 관련해 “누차 강조하지만 대통령 측근 인사는 방통위원장에 선임돼선 안 된다”고 이 부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이경재 위원장은 ‘방송장악은 가능하지도 않고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방송이 이미 장악돼) 더 이상 개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방통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거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지금의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과 함께 주제발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도 “2012년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사측으로부터 해직·징계 당한 MBC 노조의 집행부와 조합원들을 복직시키라는 법원 판결에도 사측이 항소를 하며 복직 등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방통위는 행정부처로서 최소한의 정책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 추천의 김충식 부위원장 연임설에 대해선 보다 혹독한 비판이 나왔다. 이경호 부위원장은 2기 방통위원 추천 당시 김충식 부위원장이 갑작스레 등장하며 추천 배경을 놓고 여러 얘기가 있었다는 점과 함께, 2기 방통위 활동 기간 동안 언론·시민단체와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부분을 문제삼았다.

이 부위원장은 “2기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범과 방송 공공성의 쇠락, 미디어 생태계의 파괴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다는 점에서 야당 추천일지라도 김 부위원장의 책임은 적지 않다”며 “(민주당에선) 김 부위원장이 당과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듯 한데, 몇몇 의원과 전화를 잘하면 소통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에 대한 전문성과 언론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인사를 방통위원에 선임하기 위해 공동추천위원회를 구성, 복수의 후보를 야당에 제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들이 제안한 인사를 민주당이 방통위원에 추천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민주당이 자체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시기가 늦은 게 맞다”고 인정하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 공동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답변은 ‘우리끼리 하겠다’고 하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민주당에서 하겠지만, 언론·시민단체의 공동 추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며 “이런 시도가 이번에 그치지 않고 향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방문진·EBS 이사 추천 등에서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첫 단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도 “여야 추천을 받아 방통위원이 되면 빚을 지게 되고 정당은 채권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과 당에서 추천한 방통위원이) 이른바 ‘채권자-채무자’ 의식에서 벗어나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영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또한 “민주당에서 추천을 받으려면 ‘당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렇게 추천권을 행사하는 이와 친분관계에 있는 이가 추천될 경우 방통위원으로서의 업무 자체가 정치 논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민주당은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추천과 관련해 폭넓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3기 방통위원의 자격으로 ‘전문성’을 특히 강조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방송통신 관련 정책들을 방통위원 5인이 결정하는 구조인데, 위원 자격을 보면 판사·검사·변호사 경력 15년 이상 등이 있다”며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이런 자격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대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방통위원 수를 증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3기 방통위에서 아무리 강조되어도 모자랄 부분은 ‘공공성 강화’”라며 “특히, 유료방송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서비스 플랫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송인총연합회와 언론노조, 유승희 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6일 오전 국회에서 ‘3기 방통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
“2기 방통위, 딱히 떠오르는 성과가 없다”

이날 토론회에선 2기 방통위 활동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김경환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우선 2기 방통위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놨는데, 핵심을 요약하자면 “딱히 떠오르거나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기 방통위가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와 업무를 나누면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수준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2기 방통위의 대표 성과로 꼽을 수 있는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조차도 대다수 시청자들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현실과 낮은 직접수신세대 비율로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 대상 세대가 극소수에 불과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2기 방통위의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이라는 정책은 결국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 완료 이후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순연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2기 방통위가 갈등을 양산하는 방송 정책을 내놓고 이를 수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표 사례로 지상파 방송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에 대한 중계권 분쟁 △케이블 방송과의 재송신 분쟁 등을 꼽았다.

2기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재승인 심사 △KBS 수신료 인상안 △UHD(초고화질) TV △종편 미디어렙 지정 등 국내 방송의 지형 전반을 뒤흔들 굵직한 현안들을 임기 말에야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위원 교체라는 공백기에 정책을 통과시키려는 교묘한 움직임”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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