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철의 스마트TV 2.0] 지상파가 저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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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인가

‘스마트 TV’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글들은 지상파 방송위기의 외적 요인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이 온라인,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필자의 주된 관심사였다. 글을 계속 쓰기로 한 마당에 관점의 변화를 줘야 한다는 자성을 하게 됐다. 코너 제목을 <스마트 TV 2.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지상파 방송의 고객인 시청자에게 초점을 맞춰 보기로 했다. ‘시청자는 대체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기로 하겠다.

왜 지상파는 위기인가

한국의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는 아직도 무시하지 못할 강자다. 그럼에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말한다. 시청률, 광고 매출 점유율 하락을 보면 위기라는 진단은 맞다. 그러면 왜 지상파 방송은 위기에 빠졌는가? 모바일, 멀티 플랫폼 시대에 기술적인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가? 케이블TV와, 인터넷 포털, 종합편성채널의 확장에 시청자를 빼앗겨서인가? 급변하는 광고 시장의 판세를 빨리 못 읽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가? 방송물을 좀 먹은 사람이라면, 앞서 든 것 말고도 몇 가지의 이유를 더 댈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앞서 서술한 것들이 부분적인 이유로는 맞는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 조사하고 데이터 분석을 해야 알아낼 정도로 심오한 이유도 아니다. 그게 뭐냐고?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고객인 시청자 중심, 시청자 지향적인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청률에 목을 매고, 광고 판매율에 울고 웃는데 시청자 중심이 아니라니 뭔 소리냐고? 겉으로 드러난 자디잔 파도를 보면 시청자 중심인 것 같다. 하지만, 속 깊은 해류를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시청자 중심이 아니라는 말이다.

권력과의 역학관계 그리고 시청자

‘해류’는 방송사를 이끄는 경영진과 조직의 기본 이념과 철학이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흐름은 시청자를 향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잘 알다시피, 공영방송의 성격을 띤 KBS, MBC의 최고 경영자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이념적, 도덕적 성향은 널뛰기한다. 방송사 경영진은 정부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맞춰 방송 기조를 조율하는데 온 신경을 쓴다. 뉴스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이 그 중심에 선다. 21세기 최첨단 모바일 시대의 시청자는 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계도와 프로파간다의 대상이 돼버린다. 시청자라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의 변화와 동향을 진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은 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린다.

경영진이 그러하니, 지상파 방송의 기업 문화, 콘텐츠 제작자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의 일반 구성원들의 태도 역시 시청자 중심 방향이 아니다. 적지만 잘 걷히는 수신료 적절한 시기에 올려 받으면 되지, 타 미디어보다 적당히 우위를 확보한 콘텐츠 제작 유지하면서 광고 팔아 월급 받으면 되지, 내가 퇴직할 때까지만 지상파 방송 우위가 무너지지 않으면 되지 라는 기득권 유지 심리가 팽배하다.

▲ 손현철 KBS PD
정치권력과 지상파의 수직적 역학관계. 그것이 바로 지상파 방송의 조직과 콘텐츠가 혁신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 문제는 지상파 방송의 원죄와 같은 굴레라서 기존의 한국 정치 지형과 구조, 정권과 방송의 역학 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렇다고 판이 바뀔 때까지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면? 시청자는 우리와 더 멀어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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