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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 갑오년 시산제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선배 언론인들이 지난 2일 서울 북한산에서 언론인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낭독한 시산제문을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언 땅이 풀리고 새싹이 꿈틀대는 봄이 왔습니다. 세월이 돌고 돌아 두 갑자 전의 갑오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때 똑똑한 백성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조정은 청나라 군대, 왜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그 장한 뜻을 꺾어버렸습니다. 바로 나라는 망하고 우리 아버지 세대는 우리 땅 역사 이래 가장 비참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분들은 원수의 나라 전쟁터로 끌려가 죽고, 원수의 나라 곳간을 채우는 광산에 끌려가 죽었습니다. 가까스로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으나 그것도 잠시뿐 6.25전쟁으로 또 죽었습니다.

한 갑자 전, 우리들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배를 곯았으나 씩씩하게 일어섰습니다. 비록 나라는 두 쪽으로 쪼개졌으나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룩하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 했으며, 문화와 스포츠로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왜를 젖히고 중국을 가르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의 장구한 역사에 없었던 일입니다. 우리 세대는 이 땅의 역사 이래 가장 장하고 행복한 세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60년이 또 시작 됩니다. 우리보다 더 똑똑한 후배들이 이 땅을 현명하게 이끌어 가겠지만 주변의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의 한반도 정세는 두 갑자 전의 그것과 닮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잠에서 깬 대륙세력은 태평양을 넘보고 바다 건너 해양 세력은 대륙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한반도를 건너뛰고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두 세력은 우리 땅에서 부딪칠 위험성이 농후합니다. 두 갑자 전의 비극이 이 땅에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역사가 꼭 이루어 져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르고 정의로운 자유언론의 실천이 먼저 이루어 져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산에서 배운 지혜를 실천해야 합니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 줄 알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골짜기가 아무리 깊어도 우리의 발밑을 잘 살피면 추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산길은 어디나 어렵고 힘듭니다. 힘들어도 계속 올라가야 배낭의 짐이 가벼워집니다. 산에서는 누구나 평등합니다. 왕후장상도 자기 발로 걸어야 합니다. 이 평등을 알면 서로가 도울 수 있습니다. 이 평등을 실천하면 우리 모두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새 언론포럼, 민주언론시민연합, 뉴스타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언론개혁시민연대, 80년 해직언론인 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문순C카페가 모였습니다. 우리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면 무슨 난관이 우리의 갈 길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나라의 통일과 더불어 국운이 무궁하게 융성하기를 바라옵고, 우리 모두의 건강과 집안도 태안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3월 2일 북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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